2003년 8월 29일(제105호)

▲ 문배근(본사대표이사 발행인)

전북 임실군청에 근무하던 모 계장이 사무관 승진에서 탈락한 것을 비관해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공직사회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5년동안 승진에서 탈락한 50대 중반의 이 공무원은 이달 초 단행된 임실군 인사에서 1순위로 당연히 승진돼 자신의 고향인 S면 면장으로 발령 날 것을 믿고 취임사까지 써놨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부인은 “남편이 이번에는 승진할 것으로 믿고 있었는데 누락되자 말도 안하고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등 상태가 심각했다”고 밝혀 승진에서 탈락한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공직자의 자살을 몰고 온 이번 사건 배경에는 뒷말도 무성하다. 사무관 승진후보 1순위였던 이 공무원은 2천만원의 거액을 제공하고도 이 보다 많은 뇌물을 제공한 승진후보 4순위자인 다른 공무원에게 밀려났다는 후문이다. 지난 5월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의 부인이 승진을 대가로 공무원들로부터 5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있은 지 채 석달이 안된 터다. 지난 2000년에는 정읍시장의 부인이 7급 공무원으로부터 6급 승진 부탁과 함께 2천만원을 받는 등 모두 6명으로부터 8천여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받은 돈을 모두 추징 당하고 3년의 옥살이를 선고받기도 했다. 역시 돈 수수는 인사권자인 단체장을 대신해 그의 부인들이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임실군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에도 군수의 부인이 돈을 전달 받았다가 뒤늦게 되돌려 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되돌려진 경위야 불을 보듯 뻔하지 않는가.

승진서열 1위라는 점을 감안, 배팅을 적게 한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당사자가 조금 아끼려는 배짱(?)이 화근이었던 셈이다. ‘6급 승진에 2천만원, 사무관(5급) 승진에 5천만원’이라는 뜬소문을 재차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다. 물론 정년을 불과 1~2년 앞둔 공무원이 금품을 제공해서라도 승진하게 되면 정년을 연장할 수 있는데다 퇴직 후 받게 되는 연금액이 늘어나면서 배팅의 유혹을 받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공직사회에 승진과 보직을 미끼로 청탁과 뇌물에 의한 매관매직이 횡행할 경우 과연 그 피해의 몫은 누구에게 돌아가겠는가. 주민을 위한 행정에 전념하기보다는 인사권을 갖고 있는 단체장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정행위가 만연함으로써 올바른 행정서비스가 제공될 리 만무하다. 더구나 공직사회 내부가 학연, 지연, 혈연은 물론 선거관련 논공행상식 인사로 줄서기 행태가 자행되고 있는 터에 단체장이 앞장서 조직을 깨뜨리는 결과를 가져와 위화감만 더해줄 뿐이다. 애당초 발탁승진 인사로 ‘일하는 풍토조성’운운은 허울 좋은 대외선전용에 불과 할 뿐이다. 이는 비단 임실군의 사례에 국한된 얘기가 아닐진대 영암군도 결코 이에 자유스럽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공직내부의 자정 및 개혁운동은 더욱 필요하다. 때마침 영암군에서도 공무원 스스로가 부패척결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공무원직장협의회를 거쳐 공무원노조가 출범하면서 확연히 달라져 가는 모습을 볼 때 영암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발겨하게 된다. 퍽 고무적인 일이다. 영암군은 앞으로 2~3년사이 10여명의 사무관 자리가 비게 되어 무더기 승진인사가 예고되어 있다. 전례에 비춰보듯 비열한 암투가 전개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돈을 챙기려면 ‘공사는 자주 벌이고, 인사는 수시로 한다’는 그런 몹쓸 풍토는 이젠 사라져야 한다. 잦은 인사로 연례적인 예산마저 빠뜨려 뒤늦게 허둥대는 행정이 아직도 영암군에서 행해지고 있다. 영암군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공무원노조의 역할에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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