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 1일(제102호)

▲ 문배근(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전라도 사투리를 할 줄 하는 나폴레옹이 전라도 사투리를 이해하는 불란서 병사 1만명을 인솔하고 알프스를 공격했습니다. 고생고생 끝에 한 고지를 점령하고 나서 나폴레옹이 병사들을 모아 놓고 한마디 했더니 5천명이 그 자리에서 졸도해 버렸습니다. 뭐라고 했는 줄 아십니까? “워메! 여기가 아닌가 벼.” 고생 끝에 점령한 곳이 자신들이 찾던 고지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나폴레옹은 다시 나머지 5천명의 병사를 인솔하고 또 다른 고지를 향해 공격을 재개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고생 고생해서 그 고지를 점령했습니다. 고지를 점령해 놓고 이번에도 병사들 앞에서 나폴레옹은 한마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말을 들은 5천명의 병사가 또 졸도해 버렸습니다. 뭐라고 했겠습니까? 나폴레옹이 한 말은 “워메! 아까 거기가 긴가 비어!” 였습니다. 결국 1만명의 병사가 모두 졸도해 버리고 자신도 기가 막혀 졸도해 버렸다는 우수개 소립니다. 이상의 글은 얼마 전까지 전남도 행정부지사와 국가전문행정연수장을 지내고 공직에서 물러난 우리고장 미암 출신 김재철씨가 자신의 인생역정을 담은 저서 ‘쟁기소년에서 부지사까지’라는 책 속에 담겨져 있는 내용이다.

황당한 내용이지만 비유가 매우 적절하고 재미가 있어서 잠깐 인용했다. 전남도 행정부지사 시절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예로 들었던 한 토막의 우수개 소리를 책을 통해 소개한 것이다. 즉 리더 한 사람이 잘못하면 전 조직이 무너질 수도 있고 리더가 잘 해야 그 조직이 성공할 수 있으며 부하들이 건강해지는 것이라고 그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강조했다. 백번 옳은 말씀이다. 조직에 있어서 리더(지도자)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되면서 단체장의 역량에 따라 각 시·군간 우열은 갈수록 벌어질 것이면 해당 주민들의 삶의 질 또한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단체장의 정책결정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수의계약제도만 해도 그렇다. 최근 사회적 물의로 인해 어쩔수 없이 전자입찰제로 돌아서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그럴싸하게 ‘무늬’만인 경우가 많다. 영암군도 민선3기 시작과 함께 도입된 이 제도는 김철호 군수의 공직생활 마감과 맞물려 사심 없는 용단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이 제도를 도입한지 단 6개월만에 그 기준가액을 1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슬그머니 올려놓고 말았다.

뒤늦게 밝혀진 이 사실은 한 업체에 편중되는 불합리성과 업계의 건의에 따라 기준가액을 올리게 됐다는 관계 공무원의 해명이 있었지만 해명치고는 궁색하기 이를데 없다. 군의원들까지 한몫 거들면서 기준가액이 대폭 올라버린 전자 입찰제는 결국 생색만 내고 실속은 없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이를테면 수의계약 전자입찰 전환액이 3천만원이라고 해봤자 여기에는 관급자재와 무가가치세가 제외됐기 때문에 실제 공사액은 4천만 내지 5천만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도 공사금액을 쪼개어 발주하는 편법을 쓰다보면 결국 무늬만 전자 입찰을 채택해놓고 종전대로 수의계약을 고수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결과론적으로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도입된 전자입찰제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동안 수의계약제도는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업체선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정실과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 왔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 도입된 전자입찰제인 만큼 기왕지사 그 기준가액을 500만원까지 대폭 낮추어 확실하게 시행해야 할 것이다. 리더의 사심 없는 정책결정이 영암을 바꾼다는 사고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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