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 25일(제101호)

▲ 문배근(본사대표이사 발행인)

선거에는 돈이 든다. 돈은 많을수록 좋다. 따라서 선거를 치르는데 있어서 현금보다 더 활력 있는 요소는 없다고 했다. 미국의 선거에서도 돈은 항상 말썽이다. 첫째로 선거자금이 자꾸만 늘어나서 만일 규제가 없다면 그야말로 천정부지(天井不知)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회는 이미 70년대초 개인 헌금의 상한선과 연방 선거비의 지원한도를 정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18개 州에서도 같은 법률을 제정, 지방선거에서도 이를 적용시키고 있다. 개인으로서는 한번의 선거에서 한 후보자에게 1천달러 이상은 헌금할 수 없게 제한해 놓았다. 그렇지만 비밀헌금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보이지 않는 뒷전에서 검은 돈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낱낱이 적발해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탓이다. 연방법이 규정해놓은 선거 운동비의 상한선도 지켜지기란 결코 쉽지 않다. 같은 해 하원의원 선거에서는 1인당 평균 운동비가 7만2천달러로 산출되었다. 그렇지만 그걸 곧이 곧대로 믿는 미국사람은 드물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애초부터 ‘선거와 돈’의 곤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ㅣ 그렇지만 주목할 대목은 미국의 선거는 역시 ‘모범적’이라는 말을 듣는다는 점이다. 정도를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정도’(程度)에 있다는 것이다. 탈법의 정도, 불법의 정도가 사회통념을 벗어났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데에 있다는 뜻이다. 최근 정치권이 대선자금을 둘러싼 노란으로 큰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이 “여당과 야당 모두 지난해 대선자금을 있는 그대로 소상하게 밝히고 특별검사든 검찰이든 수사권이 있는 조사기관에서 철저히 검증을 받자”며 여야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그런 이후 민주당은 지난해 선거대책위원회가 구성된 뒤부터 모으고 쓴 자금 명세를 공개했다.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굿모닝시티 불법정치자금 수수의혹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국민들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물론 불법정치자금 문제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낡은 정치’의 청산을 내건 현 정부와 직접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시선이 그리 곱지만 않은 것 같다. ‘희망 돼지 저금통’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러 여기면서 국민성금에 의한 선거자금을 사용했다고 강조, 도덕성을 최대의 무기로 삼고 있는 참여정부의 정통성이 이른바‘굿모닝 게이트’사건으로 훼손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가 함께 대선자금을 모두 공개하자고 제의했지만 왠지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논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는 시대적 명제이고 정치개혁의 핵심 중 하나다. 그러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다소 실패한 것은 일차적으로 일의 선후(先後)가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돼지저금통 등 국민성금으로 역대 어느 정부보다 깨끗하고 적은 돈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참여정부가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우선 불신을 사게 됐다. 그렇다면 당연히 먼저 해야 할 일은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이고 검증이었다. 그럼에도 여야 함께 공개를 먼저 주장하고 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얘기다. 야당으로부터 물귀신 또는 물타기 작전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역시 돈 문제로 또다시 추락직전에 있는 민주당 정대표의 가엾은 모습까지 지켜보면서 돈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게 한다. 어쨌든 민주당이 늦게나마 대선자금에 대해 공개를 한 만큼 한나라당도 이를 수용,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선자금 문제가 정치개혁의 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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