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 4일(제98호)

▲ 문배근(본사대표이사 발행인)

한해를 또 맞았다. 첫 한해는 뒤도 돌아볼 겨를 없이 마구 내달렸다. 그리고 또 한해는 달리고 나니 쫓겨 가듯 달려야만 했다. 이제 갓 두 돌을 보내면서 또 다른 출발선상에 있다. 생각해보면 무모한 짓거리(?)였지만 결코 무모한 짓이 아니었음을 새삼 느낀다. 경향 각지에서 보내온 성원을 생각하면 오히려 죄송할 따름이다. 그 동안 음으로 양으로 격려해주신 영암인의 성원 탓에 여기까지 무사히 줄달음쳐 올 수 있었다. 사실 척박한 언론 환경에서 새 생명을 틔우기란 결코 쉽지 않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지역민들의 언론에 대한 극도의 불신은 눈길조차 주는 걸 아까워했다.

그러기까지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한마디로 투자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충성 경쟁이라도 하듯 앞다퉈 다루는 홍보일색의 기사는 주민들의 언론관을 냉소주의로 만들어 놓았다. 결국 이름도 다 기억할 수 없는 신문은 오히려 귀찮은 존재일 뿐이었다. 관공서와 상가에는 넘쳐나는 신문들로 짜증이 날 정도였다. 그런데 거기에 또 신문 하나가 더해진다는 건 일종의 공해였을 것이다. 언론에 대한 주민들의 냉소주의적 사고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런 언론 환경에서 새싹을 틔우는 작업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성에 차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특권을 누리며 안주할 수 있었던 길을 쉽게 걷어 차버리고 새 출발한 그 자체는 모험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용케도 2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 버팀목은 전적으로 영암신문 독자들의 성원과 격려 때문이었다. 그동안 애정을 쏟아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을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무거운 책임감을 다시한번 절감하며 기대에 부응하고자 각오를 새롭게 다져본다. 우선 지방자치제도의 성공적인 정착과 지역발전을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사실 그 동안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의 세월이 넘었지만 지금도 절름발이에 불과할 뿐이다. 이는 지방분권화가 이뤄지지 않은 제도적인 문제점도 있었지만 지역민들의 무관심 탓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행정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과 폐쇄성은 결국 극소수 기득권층들의 독선과 아집을 키웠고 그 과정에서 부정과 부패를 양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의미에서 언론의 역할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다시말해 지역주민들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여 그들로 하여금 도로개설·상하수도·쓰레기 수거 등의 공통문제를 자주적으로 결정·처리토록 위임하고 있으나 언론의 감시와 비판기능이 없으면 민의를 무시한 자의적인 결정을 내릴 수도 있으며, 부정·부패를 저지를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지는 지방자치시대 언론의 패러다임 전환과 역할 모색이 새롭게 요구되는 시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감시와 비판기능을 강화해 나갈 것임을 다시한번 역설코자 한다.

그 동안 영암신문의 이러한 역할에 대해 딴지를 거는 일부 계층들이 간혹 있어왔지만 본지는 이에 전혀 개의치 안ㅅ을 것임을 다시한번 밝혀둔다. 궁극적으로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이들에게 지역민들도 결코 용납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께 지역주민의 공동체 의식을 제고시키고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나름대로 역할을 할 것이다. 시대는 급변하고 있는데도 서로 배척하고 질시하는 일부 그릇된 지역민들의 의식구조는 하루빨리 타파해야 할 구시대적 유물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주민의 권리와 책임, 윤리의식을 고취하며 계도하는 일에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 지역주민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을 함양하고, 건전한 시민정신과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기여함은 언론의 또 다른 사명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