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 27일(제97호)

▲ 문배근(본사대표이사 발행인)

영암군에 대한 전남도의 감사를 둘러싸고 영암군 공직자 내부의 파열음이 커지는 안타까운 일이 계속되고 있다.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방전이 가열되면서 직원들간 알력은 물론 지역민들의 화합을 해치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2년만에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전남도의 감사 문제를 놓고 영암군 공직사회가 이처럼 내분에 휩싸여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유사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단순히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기에는 사안의 흐름이 본질과는 너무 동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지역민들에게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시일이 지나고 조합원과 비조합원간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목격하면서 멀쩡한 공직사회 내부가 갈등으로 얼룩지고 공무원과 주민들간에는 불신의 벽을 높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 배경에는 군수의 적절치 못한 처신도 한몫하고 있다. 그동안 영암군 공무원노조가 요구하는 현행 감사에 대한 개선사항은 매우 타당한 지적이다. 중복감사나 표적감사등은 반드시 시정돼야 할 부분이다. 지방자치제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현행 감사제도는 개선돼야 마땅하다. 마침 참여정부도 지방 분권화를 외치고 있는 마당에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상급기관의 ‘길들이기’식 감사도 당연히 척결돼야 하고 지방의회에 이관돼야 할 사안이다.

이에 대해서는 상·하위직을 떠나 공무원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며 주민들도 그렇게 생각하리라 믿는다. 문제는 시기(時期)가 중요한 것 같다. 주민들이 공무원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일단 수긍을 하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도 이 시기와 맞물려 있다고 본다. 단적인 예로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지 12년째를 맞고 있지만 기초의회가 감사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지 반문하고 싶다. 현재 기초의회에 행정사무감사 기능이 부여돼 그동안 감사를 받아왔지만 그 실상에 대해서는 기감 당사자인 공무원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물론 기초의원들을 무시하거나 깎아 내릴 의도는 전혀 없다. 비전문가인 기초의원들이 감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생업을 제쳐두고 의정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유급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회의원들처럼 엘리트출신 보좌관을 여러명 둘 수 있는 형편도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단체장들의 전횡과 독선이 난무한 현실에서 제대로 된 감사마저 없다면 과연 그들이 주장하는 개혁이 가능할까 의문스럽다. 더구나 집행부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의회가 ‘한통속’이 된 사례를 타 시·군에서도 종종 목격하지 않는가. 감사는 비위 발생에 대한 사전 예방책을 마련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적절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본다.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는 시·군의회에 감사기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수용할만한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다만 중앙과 도싀 중복감사로 인해 행정력을 낭비하고 그 피해가 주민들에게 전가되는 것은 추후 얼마든지 개선가능하리라고 본다. 이에 대해서는 전남도에서도 노조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적극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성급함은 주민들에게 자칫 집단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부정과 비리근절 등 공직사회 개혁을 주창하며 출범한 공무원직장협의회 또는 조조의 숭고한 취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이번 감사 거부사태로 전국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만큼 큰 불상사 없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순리적으로 풀어나갔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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