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 13일(제95호)

▲ 문배근(본사대표이사 발행인)

명문학교 육성에 민·관이 팔을 걷고 나섰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感)이 없진 않지만 뒤늦게나마 민과 관이 무릎을 맞대고 인구유출에 따른 타개책을 모색하고 나섰다니 퍽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그동안 명문학교 육성에 관한 논의가 분분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어 뜻있는 지역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안의 절박성을 느끼면서도 모두들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해왔던 것이다.

지역 교육청은 말할 것도 없이 군 당국도 예외일 순 없었다. 관료적인 사고와 무사안일에 길들여진 탓도 한 몫 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는 동안 영암을 탈출하기 위한 지역민들의 몸부림은 계속됐다. 먹고살기 위해 떠나는 부류도 많았지만 자식교육 때문에 고향을 등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몇 달전 영암교육청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영암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선 관내 중학교 졸업자수는 1999년 기준 704명이던 것이 올해는 547명으로 해마다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졸업생 대비 관내 고교진학자는 1999년 57%에서 2001년 63%로 3년간 3% 포인트씩 증가추세를 보이다가 2002년부터 급감 추세를 보이면서 올해는 36%로 뚝 떨어졌다. 특히 내년도 진학희망자는 2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시 말해 중학교 졸업자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관내 고교에 진학하는 숫자마저 졸업생 대비 30%미만에 그치고 있다. 문자 그대로 기하급수적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해서 타 시·군으로 전출해간 초·중학생이 최근 3년간 1천548명에 달한다. 연평균 516명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뒤로한 채 고향을 등지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중학교 성적상위 20%학생 가운데 관내 고등학교 진학자는 1999년 49%에서 2001년 40%로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우수학생들의 숫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물론 대다수의 농어촌학교 현실이 비슷한 실정이지만 우리 영암의 지역경제 실상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지리적으로 광주와 목포가 근접해 있고 교통의 요충지라 할 만큼 사통팔달(四通八達)한 곳이 영암이다. 때문에 편리한 점도 있으나 자금의 역외유출이 심해 지역경제력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주변의 경제력까지 흡수할 수 있는 해남과 완도 등지와는 대조적이다. 즉 영암에서 굴러야 할 돈이 외지로 흩어져 나가버리는 꼴이 되고 해남·완도 등지는 자체적으로 조성된 자금은 물론 외지 자금까지 끌어 모으는 흡인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결국 영암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농촌공동화 현상을 똑같이 겪고 있지만 지역경제는 급속도로 침체일로에 있다 하겠다. 지역사회가 활력을 잃고 주민들간 보이지 않는 패배의식과 자괴감에 빠져 있는 것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필자가 본란을 통해 지역의 교육문제가 교육청과 교사 등 당사자들의 문제만이 아님을 누차 강조해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방자치시대 단체장과 공무원의 역할을 강조한 점도 이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모든 일에는 앞뒤가 있고 절차도 있지만 타이밍(時間) 또한 매우 중요하다. 영암군이 늦게나마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명문학교 육성에 뛰어들긴 했지만 최근 영암고와 여고에 지원된 명문학교 특별육성지원금은 너무 성급했지 않나 싶다. 학교통폐합이 취진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원된 1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통폐합추진에 걸림돌이 되거나 훗날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결과가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기회를 계기삼아 전 군민이 하나 되어 명문학교 육성과 함께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서 살기 좋은 영암으로 가꿔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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