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9일(제90호)

전남 서남부지역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현대삼호중공업이 최근 노사 간 갈등으로 인해 마찰을 자주 빚게 되면서 지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와 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며 노조의 사장실 점거농성과 사측의 강경대처로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최근의 현대삼호중공업 사태는 장기불황에 휩싸인 지역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특히 포항에서 시작된 화물트럭 파업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철강업체의 제품출하가 중단되면서 철판을 주재료로 하는 조선 산업의 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있어 문제우ㅢ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얼마 전 읍으로 승격한 삼호는 우리 영암 뿐만 아니라 전남도 차원에서 볼 때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대불 산단과 바로 인접한 삼호는 조선 산업의 메카로 천혜의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조선분야 1위를 차지하는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선박과 해양시설의 건조 및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현대삼호중공업은 6천여명의 종업원과 연간 30척의 대형선박 건조능력, 강재 처리량 연간 40만t, 매출 규모 1조2천억원대로 세계 5위 규모의 조선소로 평가받고 있다. 외환위기로 97년 최종 부도 처리된 뒤 99년부터 현대중공업의 위탁경영을 받아왔던 현대삼호중공업 (구 한라중공업)은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에 인수 돼 올해 초 현대삼호중공업으로 회사명을 바꿔 새 출발했다.

위탁경영한지 2년만인 지난 2001년 1조 223억원의 매출과 창사이래 898억원이라는 첫 흑자를 달성한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도 매출액 1조1천341억원, 당기 순이익 742억원을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해 정상화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도 이라크 전쟁에 따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최근 독일에서 20피트짜리 컨테이너 4천개를 선적할 수 있는 초대형 운반선 2척을 수주하는 등 해외 영업이 활기를 띠면서 이달들어 6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이미 지난해 3년 정도의 일감을 일찌감찌 확보한 현대삼호중공업은 앞으로 5년간 매년 10%씩 매출을 늘려 오는 2007년 1조7천억원 목표를 달성하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발돋움하게TEk는 5개년 발전전략까지 수립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 현대 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을 주력기업으로 한 현대중공업 그룹은 세계 조선시장에서 22~25%의 점유율을 확보, 조선분야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현대삼호중공업은 삼호읍은 물론 우리 영암의 명운을 쥐고 있다.

다시말해 삼호의 발전은 곧 영암의 발전이요, 나아가 전남의 발전을 담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남도가 민선3기 들어 ‘지역경제 살리기’를 도정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대불산단과 삼호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여러 가지로 불길한 예감을 던져준다. 지난 1일 노동절을 기점으로 강도면에서 적잖은 파고가 예상되는 근로자들의 ‘춘투(春鬪)’도 이와 무관치 않다. IMF이후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더불어 전국이 노사분규에 휩싸여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온다면 결국 없는 자들만 고통받을 뿐이다. 더구나 현대삼호중공업이 일류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시기에 노사간 갈등이 지속된다면 회사의 신인도 추락과 함께 협력업체의 경영난, 지역경제 타격 등 악영향은 불을 보듯 뻔하다. 몰론 노조도 어려움이 있겠지만 상생(相生)의 길을 찾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은 경제가 너무 어렵다. 어려울수록 상생의 협력체제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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