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25일(제88호)

▲ 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쓰레기 처리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영암군이 100억대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조건으로 폐기물종합처리장 입지공모에 나섰지만 단 한군데도 신청한 마을이 없어 또다시 원점에서 재추진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따라서 그동안 쏟아온 행정력과 예산낭비는 고사하고 폐기물종합처리장 건설 사업이 조만간 해결되지 않을 경우 영암군은 수년 내 쓰레기 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실 쓰레기처리 문제는 비단 영암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시·군이 안고 있는 공통의 현안이다. 내 집앞 뜰은 안 된다는 ‘님비’현상 탓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영암만 하더라도 폐기물종합처리장 설치는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해왔던 지역의 가장 큰 현안사업이다. 벌써 3~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영산강 간척지인 3-1지구 2공구 구역인 고마도에 설치할 계획으로 행정절차 등을 밟아왔으나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부지 사용협약까지 체결하는 등 제반 업무가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부지 사용협약체결 1년만에 설치계획을 백지화하고 대신 삼호면 난전리 대불산단내 폐기물매립장 시설부지로 눈을 돌렸다. 영암군은 1989년 8월 당시 건설부로부터 폐기물처리시설 부지로 확정 고시된 이곳 만큼은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따라서 영암군은 고마도 설치계획을 백지화한 지 7개월만인 2001년 12월 영암군의회로부터 주비 취득승인을 얻고 이듬해 3월 소각장 부지 3천여평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나서 8개월만인 지난 2002년 11월 한국산업단지공단 대불지사와 입주계약을 체결하고 열흘 뒤 2002년 12월초 매립장 부지 5만9천여평을 추가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사천리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소각장 및 매립장에 대한 실시설계용역도 재차 착수하는 등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종합폐기물처리장 건설공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모든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 된가 싶던 폐기물종합처리장 건설사업이 또다시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그동안 비밀리에 추진해왔던 이 같은 계획은 결국 시간적·경제적 손실만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한차례의 실패경험에도 불구하고 ‘무사안일’과 ‘밀실행정’이 부른 결과였다. 급기야 영암군은 지난 3월 폐기물종합처리장 입지공모에 나섰고 대신 유치하는 마을에는 지역개발비와 취업알선 등 106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50여일간에 걸친 공모기간에도 불구하고 신청한 마을이 단 한군데도 없어 폐기물종합처리장 건설 사업은 또다시 벽에 부딪히게 됐다. 당초 폐기물처리장 유치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마을 세 곳도 주민들의 동의과정에서 마찰을 빚어 결국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영암군은 절차를 밟기 위해 다소 시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보름간이나 기한을 연장해가며 폐기물종합처리장 문제해결에 매달려 왔지만 수로로 돌아가고 말았다. 현재 영암군의 쓰레기 매립장 사용연한이 향후 3년 이내에 폐지될 것을 감안하면 당장이라도 폐기물종합처리장 건설공사에 착수해야 할 처지다. 그럼에도 아직껏 부지선정도 못한 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결국 연내에 부지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당장 2-3년내 쓰레기 대란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영암군은 궁여지책으로 또다시 대불 산단 내 폐기물처리시설 부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주민 설득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왠지 매끄럽지 못한 행정에 군민들의 불신만 쌓여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영암군은 주민들의 ‘님비’탓에 앞서 그동안 얼마나 주민 곁에 다가서고자 노력했는지, 사전 준비는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한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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