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11일(제86호)

▲ 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新호남소외론’을 경계한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4일 오전 전남도청 기자실 팩시밀리를 통해 2쪽 분량의 ‘호남출신 소외인사 보도 관련 설명자료’를 전송했다. 이 자료는 최근 행자부 인사에서 호남지역 1·2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1급 승진대상자 3명이 이번 인사를 단행하기 전에 이미 승진됐으며, 2급(국장) 대상자는 4명이지만 1명은 향후 후속인사에서 고려할 대상이고, 나머지 3명은 타부서 전출이나 교육파견 상태여서 이번에 발령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행자부는 또 이 자료를 통해 “국·과장급 후속인사 때 호남인재들이 능력을 발휘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덧붙였다. 행자부가 최근 이곳 이방신문의 ‘新호남소외론’과 관련해 즉각적인 해명을 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행자부의 이같은 이례적인 해명 배경에는 호남 민심의 기류가 갈수록 심상치 않게 흐르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성명을 잇따라 내는 등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광주시의회 의원 19명은 8일 성명을 통해 “참여정부 출범이후 정부 각료 인선과 검찰, 경찰, 행정자치부, 고위직 인사 및 국가정책 수립과정에서 나타난 호남지역 소외는 지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며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인사 및 지역 개발정책을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전남도지부도 이날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단행된 고위직 인사 특히 행정자치부 인사와 관련 호남인이 배제되어 호남 홀대론이 제기되고 이써 매우 안타깝다”며 “노무현 정부는 호남 출신 인사배제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균형인사를 통해 호남지역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정치권의 이같은 일련의 성명발표는 호남소외가 지속되면 당장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깔려 있는 듯 하다.

마침 이 지역출신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도 청명과 한식일인 지난 5~6일 성묘도 할 겸 고향에 내려왔다가 “욕을 겁나게 많이 얻어 먹고 왔다”고 중앙 기자들에게 토로했다.

10여일 전 광주를 방문했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민심에 그 역시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앞으로 참여정부의 인사는 지역을 고려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심는 것을 원칙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적재적소, 실적, 투명성, 공정성 등 4가지 기준을 갖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인사를 하고, 출신 지역을 고려한 인사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단 수긍이 가는 대목이며 앞으로 모든 인사가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누차 강조한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사회전반에 걸쳐 잘못된 것은 바로 고쳐져야 한다. 때문에 일부의 기득권 세력에 부딪혀 개혁의 고삐가 늦춰져선 절대 안된다. 미적거리고 있는 정치개혁도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 참여정부의 탄생배경을 또다시 되뇌일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新호남소외론’도 일부 기득권층이 부추기는 측면도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개혁을 명분삼아 논공행상이나 정실인사에 슬그머니 손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참여정부의 개혁작업에 발목만 잡힐 뿐이다. 물론 호남인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참여정부가 탄생했다고 해서 지역민들이 특혜를 바래서도 안된다. 결국 참여정부는 망국적인 지역 감정을 털어내고 평등한 사회,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일궈내야 하는 대과업을 안고 있다. 이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개혁이 절대 필요하다. 개혁작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공정한 인사도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과제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참여정부는 개혁을 빙자해 두 마리의 토끼를 놓치는 우(愚)를 범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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