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4일(제85호)

▲ 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4월이다. 고을 곳곳에서 꽃 소식이 전해온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며 개나리꽃이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어쨌든 4월은 심신이 한주 내내 지쳐 하루라도 집에서 쉬고 싶은 사람일지라도 집밖으로 탈출하고 싶은 욕망을 안겨주는 달이다. 그 화창한 4월 초입에 우리고장 영암에선 연중 가장 큰 행사가 있다. 이름 하여 왕인문화축제다.

올해도 구림 가는 길목엔 활짝 핀 벚꽃과 함께 축제무드가 최고조에 달아오르고 있다. 외지 손님들도 부쩍 눈에 띈다. 모든 사람들이 어디론가 내닫고 싶은 계절 4월에 갖는 왕인문화축제는 우리고장 영암으로서는 대회홍보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 그런 만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려야 한다. 우리 조상이 물려준 유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사장시킨다면 그 또한 불경(不敬)일터. 뿐만 아니라 곳곳에 널려 살아 숨 쉬는 역사 · 문화자원은 우리 고장 영암이 새롭게 반전할 수 있는 보고(寶庫)다. 때문에 잔치를 여는 우리 영암인 모두는 손님맞이에 너나가 있을 수 없다. 영암군민은 물론 출향인 까지도 모두가 손님맞이에 나서서 우리고장 영암을 널리 알리고 또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 군민들의 의식수준이 선진화돼야 할 것 같다. 과거 70~80년대의 낡은 사고방식에서 탈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무장돼야 한다. 세상은 급변함에도 무질서가 횡행하고, ‘우리’ 보다는 ‘내’가 우선하는 행태들이 아직도 온존하고 있음은 아직도 우리 군민들의 의식이 덜 깨어있음을 반증한다. 과거에는 장사도 그럭저럭 짭짤했던 것 같다. 전만 벌려 놓아도 손님들이 북적대 어렵지 않게 돈을 벌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손님이 몰려드니까 친절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가게마다 손님이 뚝 떨어졌다. 초저녁 무렵이면 읍·면 소재지는 이미 적막감이 감돈다. 한결 같이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과거 북적대던 시절이 그리울 뿐이다. 농촌인구 공동화가 가져다 준 결과다. 결국 밥벌이가 안돼 고향을 등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자, 그렇다면 반전(反轉)을 시도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 길이 무엇이겠는가.

결론적으로 천혜의 자원을 활용한 관광 산업이다. 자원이 널려 있음에도 활용을 제대로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의식수준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은 더욱 문제다. 영암을 한번 찾았던 외지인들이 또다시 찾게 되고, 입에서 입으로 영암을 홍보하게 될 때 우리 영암은 머지않아 관광객들로 넘쳐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영암은 다시 활기 넘치는 고장으로 변모할 것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과거에 안주하며 연연해 하는 소극적인 사고방식은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 이번에 열리는 축제에서도 모두가 나서야 한다. 영암군민 모두가 주인이 되어 영암을 알리는데 적극 동참해야 한다. 공무원과 행사 관계자 몇몇이 치러내는 안방 잔치가 아니다. 군민의 혈세를 쏟아부어 만든 우리 모두의 축제이며,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일종의 사업인 것이다. 따라서 방관자적인 자세를 버리고 장삿일에 나서야 한다.

특히 관광객들을 최일선에서 맞이하는 운수 종사자와 관광지 업소들은 영암의 먼 장래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그들의 소득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하루만 장사할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다 영암군청 홈페이지 등 인터넷 매체를 통해 가끔씩 올라오는 외지인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는 우리 영암인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올해부터는 정말 영암을 찾은 모든 관광객에게 찬사를 받는 영암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수백만의 국민이 붉은 티를 입고 함께 목청을 높였던 지난해 월드컵 때 감동의 순간을 올해 왕인문화축제를 통해 우리 영암에서 재현해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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