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28일(제84호)

▲ 본사 발행인 대표이사

낙후의 대명사였던 전남이 사뭇 달라지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투자유치의 열기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전남도의 투자설명회에서는 국내 LG석유화학과 외국 투자기업인 컨텍오파스 등 26개 기업이 물류·환경·소재·종자육종·발전설비·조선 등의 분야에 모두 1조 371억원(약 8억 6천달러) 의 투자를 약속하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또 해양리조트 개발과 해양 생태관광지 조성, 섬휴양타운 건설 등 투자내용이 알려질 경우 부동산 투기가 우려돼 공개하기 어려운 6개 관광프로젝트에도 5개 업체에서 5천12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을 밝혔다고 한다. 이밖에 그동안 투자유치 교섭과정에서 18개 기업이 7천719억원의 투자의사를 밝혀 상담액까지 포함하면 모두 2조3천90억원(약 19억 2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삼호면 대불산업단지가 지난해 자유무역지역 지정을 계기로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대불지사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이 대불 외국인기업 전용단지 4만평을 임대, 공장을 짓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등 문의가 예전에 비해 부쩍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서울 투자유치설명회에서도 에너지발생 소각로 전문생산업체인 ㈜컨텍오파스가 대불산단내 외국인기업 전용단지 2만평에 6천500만 달러 규모를 투자하는 등 4개 업체가 대불 산단에 입주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민선 3기 들어 ‘지역 경제 살리기’를 도정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전남도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올해를 ‘경제 살리기 원년’으로 선언한 박태영 지사는 이번 투자설명회 준비를 위해 지난 수개월동안 치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보효과 극대화를 위해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전 회장과 외국인 투자기업 대표 4명을 ‘투자유치 영상물’ 제작에 참여시켜 달라진 전남의 투자환경을 직접 소개하도록 했다고 한다. 또 투자설명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되 단발성에 그치거나 소규모 행사를 탈피하도록 국내외 인사를 총망라한 대규모 행사를 기획함으로써 당초 예상 500명보다 800여명이 참석하는 대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이와 함께 7개월여 준비 기간 동안 투자설명회 참석 대상 기업인과 투자자들에게 안부를 묻는 도지사 명의의 서한을 네 차례나 보내는 성의도 아끼지 않았다. 이밖에도 박 지사 자신이 IMF구제금융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치렀던 한국투자설명회도 벤치마킹했다는 후문이다. 경제전문가인 박태영 지사의 ‘지역경제 살리기’ 공약이 이번 전남도의 서울 투자유치설명회를 통해 가시적인 효과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여진다.

아무튼 낙후된 전남의 살 길은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유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갖추고 주민들의 의식 또한 열린 사고로 변해야 할 것이다. 지난 80년대만 해도 유럽의 변방이었던 아일랜드와 핀란드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들 국가의 오늘날 1인당 국민소득은 유럽 3강(영국·독일·프랑스)의 평균 소득인 2만5천 달러보다 높은 3만 달러를 넘어서는 부자나라가 됐다. 그 비결은 외국기업들의 투자유치가 한몫을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전남 역시 과거의 유산인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이들 국가처럼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첩경이다. 그 물꼬가 최근 들어 트이기 시작한 것은 퍽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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