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14일(제83호)

▲ 본사 발행인 대표이사

미국-이라크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북한 핵사태는 여전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저런 사정이 겹치면서 국제 유가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정부는 급기야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종합대책 시행방안을 마련, 각 지자체에 시달했다. 이에 각 지자체는 나름대로 고강도의 에너지절약 운동을 펴고 있다. 승용차 10부제 강제시행, 심야 영화관과 찜질방 사용시간제한, 승강기 격층운행제 등의 대책에서 보듯 심상치 않은 이상기류가 지금 국제사회에서 휘몰아치고 있다. 지난 70년대와 80년대의 오일쇼크를 연상케 하는 이런 사태는 결국 없는 서민들만 고통 속에 몰아넣을 뿐이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 나라에는 고유가가 경제의 최대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고삐 풀린 물가를 잡지 못하면 외환위기 이후 안정을 되찾아 가던 우리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여러 가지로 걱정을 안겨준다. 더구나 농도 전남의 경우 농업용 면세유값이 지난해 보다 40%나 폭등, 시설재배 및 축산농가에 초비상이 걸렸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는데다 각종 공·사 교육비까지 올라 서민가계에 겹주름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영암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경제가 총체적 위기국면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각종 물가마저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서민들의 목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영암읍을 비롯한 각 면단위 소재지 상가들은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근래들어 갈수록 피폐일로에 있다는 하소연들이다. IMF가 이제야 온 것 같다고 푸념한다. 그런 탓인지 상가를 팔려고 내놓거나 임대 건물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텅텅 빈 사무실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것 저것 전업도 해보지만 신통치 않다. 살기가 힘들어지면서 닫혀진 소비자들의 주머니는 좀처럼 열릴 줄 모른다. 원인은 또 있다. 인근 도시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제법 큰 씀씀이는 그곳에서 이뤄진다. 질 놓은 상품을 값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대형마트와 경쟁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다. 때문에 그곳 골목상가들도 고사 일보직전에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농촌은 어떤가. 가까스로 연명해 가는 농사마저 이젠 포기해야 할 판이다. 국제 원유가 상승으로 면세유 마저 하루가 멀다하고 덩달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피땀 흘려 지은 농사가 고스란히 원자재 등 경영비로 들어가 jt수고로 돌아가게 된다. 지어 보아야 손해나는 농사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올해 추곡수매가 2%인하 방침을 내놓아 농가들의 목을 더욱 조이고 있다. 쌀 생산조정제에 이은 추곡수매가 인하방침은 결국 어지간한 사람들은 농사를 포기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영농규모화 사업 등이 모두 그의 일환이다. 궁극적으로 생산비를 줄여 외국산 쌀값 수준과 같게 하자는 취지일터. 하지만 농촌 사는 사람들이 안 먹고, 안 쓰고 사는 재주가 있단 말인가. 농촌의 유휴인력을 농공단지의 입주기업에 흡수하려던 애초 정부의 계획마저 실패로 돌아간지 오래다. 과거 70년대 새마을 공장의 전철을 또다시 밟고 있는 것이다. 부도난 공장터는 잡초만 무성하게 자랄 뿐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이 없다. 결국 농민들은 농사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해마다 되풀이되는 농산물 파동, 수입개방, 추곡가 인하, 오락가락하는 정부정책 등등···. 어느덧 땅기운이 솟아나는 영농철이 다가왔지만 긴 한숨만 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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