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7일(제82호)

춘추시대 유가(儒家)의 비조(鼻祖)인 공자가 치국(治國)의 도를 유세(遊說)하기 위해 위(衛)나라에 갔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공문자(孔文子)가 대숙질(大叔疾)을 공격하기 위해 공자에게 상의하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사 지내는 일에 대해선 배운 일이 있습니다만, 전쟁에 대해선 전혀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 자리를 물러 나온 공자는 제자에게 서둘러 수레에 말을 매라고 일렀다. 제자가 그 까닭을 묻자 공자는 “한시라도 빨리 위나라를 떠나야겠다”며 이렇게 대답했다.

“현명한 새는 좋은 나무를 가려서 둥지를 튼다(양금택목:良衾擇木)고 했다. 마찬가질 신하가 되려면 마땅히 훌륭한 군주를 가려서 섬겨야 하느니라.” 이 말을 전해들은 공문자는 황급히 객사로 달려와 공자의 귀국을 만류했다. “나는 결코 딴 뜻이 있어서 물었던 것이 아니오. 다만 위나라의 대사에 대해 물어 보고 싶었을 뿐이니 언짢게 생각 말고 좀 더 머물도록 하시오.”

지난주 새 정부의 첫 조각명단이 발표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차관급 후속인사가 마무리됐다. 참여정부의 첫 조각 내용을 보면 청와대 비서실 인선에서 보여주듯 혁신과 파격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개혁과 변화를 화두로 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비전을 일선 행정부처에서 정책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의지를 뚜렷하게 읽을 수 있는 인사였다. 주 연령대가 40~50대로 크게 낮아졌고, 여성장관이 4명이나 포함되어 있는 등 향후 관료조직의 인사혁신과 주도세력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낳고 있다.

차관급의 내부승진을 통한 실무형 배치도 자못 호감이 가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이 직접 조각내용을 소개하고 인선배경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나서는 것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려니와 그의 강한 개혁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른바 ‘빅4’라 불리우는 국가정보원 검찰청 국세청 경찰청의 기능과 조직, 운영체계의 전면 쇄신작업과 함께 대통령 뜻도 거스를 수 있는 실무형 인사를 배치하겠다는 의지 표명도 매우 놀라운 일이다. 역대 정부에서 보여주었던 그런 태생적한계를 뛰어 넘은 참여정부의 첫 조각은 여러 면에서 기대치를 갖게 한다.

 

어느덧 월출산 자락엔 봄기운이 완연하다. 촉촉하게 물 오늘 나무엔 푸르름이 더해진다. 꽃망울을 터뜨리는 마당 한켠의 매화나무를 보면서 정치의 계절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들녘의 봄 아지랑이와 함께 평소 좀처럼 보기 힘든 지역출신 의원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까 총선이 내년이라나? 아! 덧없는 세월은 벌써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신물 나는 정치판이 또 재현되려나? 벌써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아직은 희망은 있다. 일부 세력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현명한 새들이 좋은 나무를 골라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일련의 시도가 전개되고 있지 않은가.

참여정부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도 민주당내 개혁 작업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국민의 정부 5년 내내 야당에 질질 끌려 다녀야 했던 여소야대의 설움과 지난 보선에서의 참패를 경험하지 않았던가. 적당히 또는 어물쩍 넘기려는 얄팍한 ‘눈속임 개혁’은 또다시 패배로 귀착될 것이다. 노 대통령은 현명한 새들이 좋은 나무를 골라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토양을 구축하는 작업에 게을리 해선 안 될 것이다. 양금택목(良衾擇木)의 이치를 다시 한번 새겨보고자 중언부언(重言復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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