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21일(제80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전남도내 읍·면 단위 농촌지역 고교들이 잇달아 신흥 명문고교로 부상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장성읍에 있는 장성고의 경우 올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4명, 연·고대 10명 등 서울 소재 대학에만 94명을 비롯, 전남대 62명, 조선대 74명, 전북대 38명, 광주교대 11명 등 졸업생 331명 전원이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이들 졸업생 모두는 3년전 입학할 때 그대로 단 1명의 중도탈락자 없이 대학에 진학했다. 또 6년째 전원 합격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담양군 청평면의 창평고 역시 올 입시에서 서울대 8명을 비롯, 수도권 소재 대학에 105명, 전국의 교육대학에 33명, 전남대 88명, 조선대 86명 등 졸업생 431명 전원이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이 학교도 4년째 전원합격이라는 전통을 잇고 있다. 화순군 능주면의 능주고도 서울대 3명, 연·고대 11명, 전남대 56명, 조선대 70명 등 졸업생 216명 대부분이 4년제 대학 진학예정으로 있다.

영광읍에 자리하고 있는 해룡고도 서울대와 연·고대 등 서울지역 66명을 포함, 전국의 4년제 대학에 349명이 합격, 100% 가까운 합격률을 보여 지역의 명문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공립학교인 해남고도 서울대와 연·고대에 8명을 비롯, 전남대 22명, 조선대 37명 등 올해 261명의 졸업생 가운데 213명(82%)이 대학에 진학하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농촌에 소재한 이들 학교가 학원과 과외 등 사교육이 일반화돼 있는 도시 지역과는 달리 오로지 학교 교육만으로 도시지역 학교 못지 않은 성적을 거둔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영암의 지역경제가 갈수록 위축되고 명문학교 육성문제가 지역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이 같은 소식은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공부가 인생의 전부도 아닐뿐더러 대학이 출세하는 지름길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 없다. 오히려 인성교육을 포함한 전인교육의 중요성은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실력과 학력을 우선시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그만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이 필요는 하나 충분조건은 아직 못되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찌됐든 농촌이라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명문고로 자리를 굳힐 수 있었던 배경은 무얼까?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 학교들이 나름대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학교와 학부모는 물론 지역주민과 자치단체까지 나서 ‘지역학교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장학금 조성과 기숙사 건립 등 면학분위기 조성에도 힘쓰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재단측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교사들의 헌신적인 가르침이 밑거름이 됐다. 이처럼 시골학교가 열악한 교육환경을 딛고 대도시 못지않은 대학 진학률을 기록하자 초·중학교 때 도시로 전학 갔던 학생들이 다시 출신지역으로 U턴해오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농어촌 특례적용을 받는 이점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똑같은 수준의 중학생 가운데 도시의 고등학교로 진학한 학생은 서울의 명문대에 합격하지 못했으나 농촌지역에 잔류한 학생은 오히려 장학금을 받아가며 당당히 합격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해진다. 뒤늦게나마 우리 영암지역에서도 명문학교 육성에 대한 열망이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다. 모쪼록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학교를 살리고, 더 나아가 지역을 살리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요즘 영암에 무슨 난리가 났소?” 영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광주 진월동에 있는 어느 학교 교사가 영암에서 전학 온 학생의 학부모에게 던겼다는 이 물음은 영암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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