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14일(제79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영암군이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폐기물종합처리장 설치계획이 사실상 전면 백지화됐다. 이는 김철호 군수가 “주민이 원하지 않는 일은 않겠다고” 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김군수는 지난달 25일 가진 삼호면민과 대화의 자리에서 주민이 원하지 않는 일은 않겠다면서 대불산단내에 추진중인 종합폐기물처리장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지 말도록 쐐기를 박아버렸다.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석상에서 천명한 것이다. 김군수의 이날 발언으로 한때 험악한 분위기에 휩쌓였던 군민과 대화의 장이 다시 평온을 되찾고 무사히 행사를 마 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군수가 해마다 갖는 읍·면 연두순시에서 쓰레기장 설치문제로 경찰병력이 배치되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김군수의 전격적인 이날 발언은 당시의 살벌한 상황을 잠시 피해갈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상당한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폐기물종합처리장 설치를 위해 그동안 쏟아온 행·재정적 낭비는 고사하고 당장 2~3년내 쓰레기 대란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밀실행정에서 비롯된 결과로 누군가가 응분의 책임을 떠안아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영암군이 폐기물종합처리장 설치계획을 추진한 것은 벌써 5년이 훨씬 넘고 있다. 당초에는 영산강간척지 3-1지구 2공구에 관계 기관과 부지사용 협약까지 체결했다가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일이 있다. 이후 새로 물색한 부지가 대불산단내 폐기물처리장. 대불산단내 업체 편익제공 및 산단 활성화를 위해 1989년 폐기물처리시설 부지로 고시된 지역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이다. 어쨌든 383억원의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새로 건립할 폐기물종합처리장에는 소각장과 매립장이 동시에 들어설 계획이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사업기간을 거쳐 약70년간 영암지역 주민들이 발생한 쓰레기를 걱정없이 처리한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영암의 장기계획과 맞물린 원대한 사업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추진되면서 주민들의 불신을 낳게했다.

결국 이에 분노한 주민들은 대규모 반대집회를 갖기에 이르렀고, 연두순시를 갖는 자리에서 군수의 즉답(卽答)을 요구하는 살벌한 분위기 속에 급기야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않겠다”는 최악의 카드를 내놓고 말았다. 그동안 소각장 부지(3천평) 및 매립장 부지(5만9천평)에 대한 매매계약이 체결되고 이들 시설물에 대한 실시설계용역이 착수되면서 이미 많은 예산이 소요됐음은 물론이다. 결국 수년간 쏟아부은 행·재정적 자원은 일거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기존의 매립장이 1~3년 이내면 모두 포화상태에 달해 우리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오갈 데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추석연휴 기간중에 나타난 영암 소각장의 문제는 쓰레기 대란에 대한 우려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삼호면에서 발생한 쓰레기 일부가 반입되고 있는 영암 소각장은 1일 처리용량이 6t에 그쳐 2t톤 가량은 매일 적체되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연휴기간 갑자기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한데다 인원마저 부족해 미처 소각처리를 못한 쓰레기들이 인근 마을 앞까지 넘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물론 요즘 ‘님비(NIMBY)현상’ 으로 쓰레기 매립장과 같은 혐오시설이 마을 앞에 들어서는 자체를 강력 반대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긴 하다. 그러나 한번 시행착오를 겪었던 만큼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각종 인센티브 제공과 함께 주민들의 이해를 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측면에서 마을간 치열한 유치전을 벌여 주민 화합속에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는 인근 무안군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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