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 24일(제77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1970년대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도시로 앞 다퉈 나갔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의 앞 세대들은 가난한 고향을 버리고 일자리와 희망을 찾아 도시로 떠났다. 우리는 이것을 이촌향도(移村向都)라 부른다. 불행하게도 이 얘기는 먼 과거의 얘기가 아니라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예전에는 먹고 살기위해 농촌을 떠났지만 지금은 자녀교육 때문에 고생을 각오하고 도시로 떠나는 젊은이가 많다. 심지어 도시에서 이주하여 시골로 출퇴근하면서 농사를 짓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농민들의 희망은 스스로 고생을 하더라도 자녀들만은 교육을 제대로 받아 성취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과거에는 농촌에 머물면서도 그러한 꿈이 실현되었으나 지금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농촌을 떠날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그나마 있던 농촌의 초등학교까지 없애고 있다. 이제는 유아교육과 유치원 교육이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농촌에서는 초등학교조차 유학을 시키거나 버스로 통학을 시켜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자녀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한시바삐 농촌을 떠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이처럼 농촌의 공동화를 가속화시키는 것은 경제적·문화적 요인과 함께 교육적인 요소가 크다. 자녀를 곁에 두고 싶은 부모들도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도시로 떠나보낸다. 더욱 극성스런 부모들은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기러기 부부가 되기도 한다. 결국 농촌인구의 공동화는 교육공동화를 가져오고, 교육공동화는 농촌인구의 공동화를 부추기는 상승효과로 농촌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영암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햇동안 타 지역으로 전출하는 학생이 5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 상당히 충격을 주고 있다. 영암교육청의 최근 조사결과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합쳐 매년 평균 516명이 영암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출학생 대부분은 광주 등 교육환경이 좋은 도시지역으로 떠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영암은 머지 않은 장래에 ‘교육 불모지대’로 남아 있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영암읍 상가를 중심으로 지역주민들은 날로 위축돼 가고 있는 지역경기와 함께 교육공동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지역경제가 죽어가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교육문제는 교육당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연관지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지역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고교 통폐합문제도 단체장이 직접 발 벗고 나서주길 바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단체장의 리더쉽이 이럴 때 필요하지 않나 싶다. 물론 현 시점에서 통폐합으로 인한 효과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명문학교 육성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부모들이 아님하고 학교를 보낼 수 있는 여건이랴야 그나마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너나없이 모두들 고향을 떠나는데 상가가 살아날 수 없고, 상가매기가 없는데 어찌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대안이 중·고교 통폐합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훗날 책임에 대한 뒷감당 때문인지 정작 나서야 할 사람들이 주춤거리고 있다. 속타는 쪽은 역시 목마른 자 일뿐이다. 최근 수개월사이 영암군 홈페이지를 통해 분출된 지역민들의 욕구불만은 이를 잘 반영해 주고 있다. 군수를 비롯한 기관단체·학교·학부모·지역민 모두는 명문학교 육성에 혈안이 돼 있는 인근 지역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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