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 17일(제76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한해가 물러가고 새해가 다가온 지 벌써 보름째. 해마다 나누는 정월 초 德談도 올해는 썰렁하게만 느껴진다. 그만큼 세상사는 일이 갈수록 어렵다는 반증일까. 올해도 직장마다 시무식을 갖고 새 다짐을 했다. 始務에 즈음해서 의식을 갖는 것은 약속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다. 옛날에도 그랬었다. 우리나라의 임금님들은 天地日月을 향해 예배를 드렸다. 新穀祝年이라는 의식이 그것이다. 그리고 나서 신하들로부터 賀禮를 받았다. 治者가 먼저 백성의 안녕을 빌고, 다시 人臣위에 군림한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사람마다, 또한 시대에 따라 元旦에다 붙이는 의미는 조금씩 다를 수가 있겠으나 따지고 보면 한가지 뜻으로 귀결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다름 아닌 ‘더 나아지는 세상’을 希求하는 다짐이다. 보다 사람답게 살아가자는 의지의 교환일 것이다. 새해 영암군의 살림 규모가 확정됐다. 김철호 영암군수는 ‘세계로 도약하는 새 영암 건설’을 기치로 내걸고 올해 청사진을 밝혔다.

급변하는 세계 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영암이 환황해권 중심 도시로 부각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이중 눈에 띄는 대목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유치에 전력 질주한다는 구상이다. 기업하기 가장 좋은 환경을 조성, 국내외 기업과 자본유치에 본격 나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남도내에서는 처음으로 투자유치 조례를 제정하고 원-스톱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가 하면 분야별 신규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직제개편과 함께 인력보강 작업도 마친 상태다. 역시 영암군의 가장 큰 현안중의 하나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있다. 갈수록 위축돼 가는 지역경제 상황은 오랜세월 바깥 세상을 외면하며 살아온 토착민들에게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누대에 걸쳐 고향을 고수하며 순박하게 살아온 토박이들은 “IMF가 이제 찾아온 것 같다”며 한숨을 내 쉰다. 상가 경기도 IMF때 보다 못하다며 하소연 한다. 농촌경제는 두말할 나위 없다. 우루과이라운드에 이은 WTO 뉴라운 협정과 정부의 감산 및 추·하곡 수매가 동결정책 등 최근의 급격한 상황변화로 우리 농민들은 영농의지를 잃은 채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영농에 대한 우려와 걱정으로 거래가 끊겨 논값이 폭락하고 탈이농으로 농촌의 노령화·공동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1개 군의 인구가 줄어들었다는 최근 전남도의 통계발표는 이를 단적으로 입증해주고 있다. 박태영 전남지사가 내건 ‘경제 살리기’공약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그만큼 영암뿐만 아니라 전남의 경제가 절박한 시점에 와 있음을 웅변해 주고 있다. 때문에 영암의 경제를 살리는 길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투자유치에 전력을 쏟겠다는 영암군의 구상은 일단 환영할만 하다. 문제는 얼마만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예전에도 민자유치를 위한 각종 시책사업을 내놓았다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던 사실에 내비쳐 볼 때 결코 전시행정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군수를 비롯한 전 공무원이 사활을 건 한판 승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민선이후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각종 인센티브를 내건 민자유치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열악한 군 재정 형편으로는 별다른 뾰족 수가 없다는 점도 민자유치의 한 당위성이다. 번지르한 계획보다는 지역민들에게 작지만 피부에 와 닿는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 자치시대, 주민들의 참봉사자로써 영암군 공무원들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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