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 10일(제75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조선조 실학자 순암 안정복은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이 멀리해야 할 세가지 타입의 관리로 세리(稅吏) 능리(能吏) 탐리(貪吏)를 들었다. 권세를 믿고 멋대로 조종해서 자기명리(名利)만 좇는 자인 세리, 윗사람을 능숙하게 섬겨 총애를 잡고 재주를 부려 명예를 일삼는 자인 능리, 백가지 계교로 교묘히 사리(私利)를 구하고 자기 몸만 살찌게 하는 자인 탐리를 경계한 것이다. 이에 반해 율곡 이이는 세가지 타입의 현명한 신하를 꼽았다. 도덕이 몸에 배 임금을 섬기고 백성을 편하게 하며 정도를 행하는 신하인 대신(大臣), 간절히 나라를 걱정하면서 자기를 돌보지 않고 정성을 다하여 백성을 보호하고 국가를 편하게 하는 신하인 충신(忠臣), 항상 자기 직분과 능력을 생각하고 그릇 크기는 작지만 재능이 하나의 관직은 능히 맡을 만한 신하인 간신(幹臣)이 그것이다. 공자의 제자 자천(子賤)이 선보(單父)땅을 다스릴 때 주변에는 스승으로 섬기는 사람도 있었고 친구로 사귀는 사람도 있었다.

또 부하로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 자천이 거문고를 타면서 당상(堂上)에 앉아 있어도 선보는 잘 다스려졌다. 공자의 또 다른 제자 자기(子旗)가 선보를 다스릴 때는 달랐다. 새벽에 별을 보고 나가 저녁에 별을 보고 들어오며 밤낮없이 움직여야 비로소 다스려졌다. 자기가 자천에게 그 까닭을 물으니 자천이 대답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일을 맡겼고 너는 노력으로 일을 했다. 노력에 맡기면 고되고 사람에게 맡기면 편한 법이다.” 바야흐로 인사철이다. 연중 가장 집중된 인사 시기가 연말 또는 연초다. 인간사 가장 중요한 것 또한 인사이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은 온통 그것에 집중된다. 우선 국가적으로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 당선자의 인사 스타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언론에 내비치는 파격적인 인사방식은 더욱 흥미를 끈다. 다면(多面)평가 방식이라든가 인터넷을 활용한 인사 등은 일부의 우려섞인 목소리도 없진 않지만 권력 실세(實勢)에 대한 ‘줄대기’와 밀실·낙하산 인사의 잘못된 관행을 타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일반 국민들 누구나 장관 후보를 추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발상으로 보여진다.

우리 사회의 참여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사 시스템에 관한 혁신적인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는 시점에서 전남도의 인사가 새해 벽두부터 시끌벅적하다. 백전노장 허경만씨의 3선에 제동을 걸고 민선도백에 오른 박태영 전남지사가 최근 단행한 인사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박지사는 최근 전남도의회와의 마찰로 핵심보직인 기획관리실장을 공석으로 남긴 채 실·국장인사를 단행했으나 그동안 누적돼온 인사 후유증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민선3기 출범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전남도의회와 도청 공무원직장협의회, 전남도체육회 가맹경기단체 전무이사협의회가 연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전남도의 인사에 대해 집중 성토하고 있다. 여기에 전남도체육회 소속 경기인들까지 나서 10일 대책위를 구성키로 하는 등 전남도의 인사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게 되면서 일선 시·군까지 그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이 모두가 투명하고 공정하기 못한데서 비롯된 결과다. 영암군도 예외는 아닐진대 타산지석(他山之石)을 삼아야 할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간쟁(諫諍)을 좋아하는 신하는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직언(直言)하는 참신한 인물을 찾아야 한다. 역시 안시(人事)는 만사(萬事)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