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20일(제72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최근 영암군 공직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과거와 비교할 때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음을 실감한다. 군 예산절감운동이라든가 부정부패 추방운동 및 공직자 자정운동 전개 등 그 동안 남의 동네 얘기처럼 들렸던 변화가 어느 사이 우리 영암에도 상륙하고 있음을 목도(目睹)하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주민 계도지 예산 전액삭감을 요구하고 나섰는가 하면 각 부서에서 구독하고 있는 신문까지도 과거의 관행을 전면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여기에 명절 떡값, 선물 안주고 안 받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공무원직장협의회를 통한 내부 개혁 작업에 동참하고 나서 지역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때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매우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사실 그동안 보고도 못 본 채, 듣고도 못 들은 채, 무서워서라기보다는 귀찮고 더러워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방관자적 자세를 견지해 왔음을 우린 잘 안다.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안주해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것이 나서봤댔자 오히려 손해만 보는 ‘피해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영암군 공무원 직장협의회(직협)도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자신은 드러내놓고 싶지 않다는 이중성이 ‘막차타는 신세’로 까지 전락할 뻔 했다. 자칫 불명예를 안겨줄 수 있는 위기(?)의 상황에서 가까스로 출범한 영암군 직협은 왠지 출발이 불안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정족수 미달로 창립총회가 기념식으로 바뀐 것은 기대치를 반감시키는 원인이 됐다. 임원진 구성을 둘러싸고 내부에서 흘러나온 우려섞인 목소리도 군민들의 기대치를 한풀 꺾어 놓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영암군직협 집행부의 움직임은 일부에서 제기된 우려를 일거에 불식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인터넷 홈페이지 개설과 함께 이슈화된 문제를 설문조사를 통해 회원들의 총의를 묻는 것도 발빠른 대응으로 보여진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래 전에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저버렸다는 점이다.

영암군직협이 진즉부터 제대로 가동됐다면 누가 감히 인사나 예산집행에 있어 안하무인(眼下無人)격의 행태를 보였겠는가. 최근 영암군직협 자유게시판에 봇물처럼 쏟아지는 목소리만 들어봐도 회원들의 바램이 어디에 있는지 충분히 감지된다. 그 중 어느 하위직 공무원의 넉두리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생략) 우리도 이번 기회에 출장비는 자기가 가져가도록 하자. 그 돈으로 신문값 내고 상사들 명절 때 용돈주고(중간생략) 글고 상사들 즈그들 밥먹는데 왜 우리가 돈내?(이하생략)” 그동안 출장비는 신문값과 상사들 뒤치다꺼리로 사용돼 왔음을 토로하는 하위직 공무원의 불만 섞인 글이다. 어디 이 뿐이겠는가. 아직도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일부 몰지각한 중간 관리자층에서는 부하직원들을 감정적으로 대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들린다. 결국은 이 모두가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고 남이 해주길 바라는데서 온 업보(業報)임에 틀림없다. 이제 시작이다. 늦게 출발했지만 새로운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영암군직협의 활동은 향후 지역사회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새 전통을 쌓고 있는 영암군 직협 제1기 집행부의 고뇌에 찬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먼 발치에서 지켜만 보고 있는 직협회원들의 보다 적극적인 동참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집행부의 개혁 드라이브는 회원들의 참여가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한 겨울 월출산에 봄기운이 느껴짐은 필자만의 감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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