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 1일(제65호)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전남도청 이전을 둘러싼 후폭풍이 또 한차례 휘몰아치고 있다. 애초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였던 만큼 순조로울리 없었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이번 후폭풍의 진원지도 어김없이 정치권에서 촉발돼 도청이전 문제를 떠나 전 도민들로부터 극도의 반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렇잖아도 현정권의 부패와 비리사건 등으로 정신적 공황상태를 맞고 있는 전라도사람들에게 정치현실에 대한 냉소주의만 키우고 있다. 어쨌든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불거져 나온 도청이전과 관련한 정치권의 발목잡기는 전라도인 특유의 기질에서 나온 것 같아 더욱 씁쓸하다. 그래서 필자는 오래전 전라도 출신 어는 고위공직자의 고뇌에 찬 목소리를 떠올리게 된다. 80년대 후반 필자가 기자 초년병 시절에 들었던 이 공무원의 경험담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중앙부처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연고지 도청으로 전입해왔던 그는 전라도인들의 한을 대변한 것 같아 가슴이 몹시 아팠다.

그런데 정작 가슴을 더욱 저미게 한 것은 전라도사람들끼리 깔아뭉게는 졸렬한 처사였다. 다시 말해 공무원사회에서 모처럼 승진기회가 생겨도 모함과 투서로 번번히 좌절된다는 것이었다. 그 배후에는 항상 전라도 사람이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러니까 어쩌다 승진기회를 얻게 되어도 동향인들끼리 항상 치고박는 작태가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경상도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임으로써 잡음이 전혀 없다는 설명이었다. 설령 경상도 사람들끼리 경쟁을 하게 되더라도 향우회나 동문회에서 교통정리를 해 준다는 것이다. 차례차례 승진할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움직임으로써 당사자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고 양보의 미덕을 보인다는 것이다. 최고 인사권자는 물론 주요 부서마다 고향사람 내지 동문 등이 다양하게 포진돼 있어 때가 되면 승진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의연함이리라. 결국 박정희 정권이후 수 십 년간 철저히 소외돼온 전라도사람들의 푸대접에서 비롯된 결과 탓이다. 공업과 과정에서 밀리고 공무원사회에서도 싹이 잘린 채 겨우 중간간부 자리 하나에도 동향사람끼리 싸우는 바람에 서로 손해를 보고 손가락질 받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는 게 이 공무원의 하소연이었다.

그런데 그와 똑같은 일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도청이전 문제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몇 년의 세월이 흘렀는가. 우여곡절 끝에 신청사 건립공사가 10% 가량 진행되고 신도심 조성을 위한 부지 매입이 최근 시작된 상황에서 정취권의 발목잡기는 전라도인들의 기질과 결코 무관치 않다고 본다. 정치인 출신 박광태 광주시장과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최근 합의한 ‘도청 이전 예산저지’ 입장표명은 한나라당에까지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빌미를 주고 말았다. 민주당의 내분을 틈 타 기세등등한 한나라당이 도청이전과 관련한 내년도 사업비를 전액 삭감키로 당론을 확정한 것이다. 급기야 전남의 서남해안권 자치단체장과 의회의장단 그리고 공무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엊그제 영암에서 가진 목포 무안 신안등 서남권 8개 단체장 및 의장단은 “지역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책임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정치적 이유로 광주와 전남의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서남권의 공무원 직장협의회에서도 성명을 내고 지역갈등을 조장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몰지각한 일부 정치인을 강력 규탄했다. 도청이전 문제를 놓고 10여년간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외지인들은 전라도인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자못 궁금하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