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 27일(제60호)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대북지원용 쌀 5천 톤이 추석연휴 바로 전날인 지난 19일 배에 선적돼 삼호면 대불부두를 통해 북한으로 첫 출항했다. 이번에 북한으로 보내진 쌀은 우리 영암을 비롯한 전남지역에서 생산된 1999년-2000년산이다. 전국적으로 북한에 지원될 쌀은 총 40만톤으로 이 가운데 전남지역에서 9만4천여 톤이 배정됐고, 우리 영암지역에서는 3천3백 여 톤이 할당됐다. 조곡 기준으로 볼 때 우리 영암지역에서만 약 12만 가마가 소비될 전망이다. 이로써 올 추곡수매를 앞두고 당장 양곡 보관창고가 부족할 판에 일단 한숨을 쉬게 됐다. 물론 쌀을 북한에 지원하게 된 배경을 보면 인도적 차원도 있겠으나 올해부터 당장 쌀을 보관할 창고가 없어 야적해야 할 처지 때문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창고 여석 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에서 나온 국사시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9일에는 전남도청 정문 앞에서 전남지역 4천 여 명의 이장을 대표한 10명의 이장단이 기자회견을 갖고 쌀 수입을 결사반대 한다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쌀이 무너지면 농업·농촌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며 “농촌지역을 대표하는 우리 이장단은 절박한 심정으로 쌀 수입 개방 반대투쟁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도 지난 10일부터 도내 시·군을 순회하며 조직적으로 쌀 수입반대 투쟁에 나서고 있다. 생존권에 위협을 받고 있는 농민들의 절규가 농도인 전남지역 곳곳에서 들려온다. 태풍과 한해를 어렵사리 극복하고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들판은 말이 없지만 농민들의 처절한 몸부림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農者天下之大本’이라지만 갈수록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농촌실정을 지켜보면서 언제까지 이같은 일이 반복돼야 하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그렇다고 농업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아닌가. 쌀 농사 대신 다른 소득 작목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마땅한 대체작목이 없는 것도 문제다. 천혜의 황토땅이 많은 우리 영암지역에서는 인삼, 녹차, 약용작물 등이 지역특화 작목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영암군은 채소류 등 수급불안 품목을 중심으로 작목전환을 유도하고 자금도 일부 지원해주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별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농가들이 작목전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곧바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장기간 투자를 해야 하는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부채상환은 고사하고 1년 농사지어 아이들 뒷바라지 하기도 빠듯한데 5년이상 장기 투자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결국 논밭 놀릴 수 없는 농촌실정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해마다 쌀농사와 무·배추·수박 등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어쩌다 운 때 맞으면 대박을 터뜨리고 그렇지 않으면 폭삭 망하는 농사를 짓는 안타까운 현실에 봉착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농촌의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도박농사’에 내맡겨져 있는 셈인 것이다. 더구나 중국의 WTO 가입이 몰고 올 쇼크와 농업보조금 삭감, 농산물시장 추가 개방 등은 우리의 농업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과연 정부당국의 획기적인 농촌 회생방안은 요원한 것인지···. 올해도 농민들의 절규는 메아리 없는 함성으로 허공에서만 맴돌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도 그 탓인지 갈수록 퇴색되고 왜소화돼 가고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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