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 13일(59호)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얼마전 장대환 전 국무총리 지명자의 ‘맹모삼천지교론’ 이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다. 당시 장 지명자는 80년대 두 자녀의 서울 강남 8학군 전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인사청문회에서 장 지명자는 ‘맹모삼천지교로 봐달라’며 사죄했다. 그러자 학부모와 교사들은 장 지명자의 이 맹보삼천지교론을 문제삼고 나섰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의혹과 관련해 나온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고사성어로 자식에 대한 부모의 지극한 교육열을 반영하고 있다. 결국 장 지명자는 행정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도덕성이 문제가 돼 낙마했지만 아직도 뒷맛이 씁쓸하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의 강남지역 아파트 값 폭등도 결국은 교육과 가장 밀접한 곤계를 갖고 있다. 정부가 집 값 안정대책을 발표하기까지 이르게 된 강남의 아파트 값 이상폭등은 시골사람들에겐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90년대초 평당 1천만원대에 달하던 집값이 12년이 지난 지금은 2천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15평 아파트 한 채만 소유하고 있더라도 남부러울 것 없는 3억대의 부자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서울에서도 강남지역만 집 값 폭등 현상이 벌어진 걸까. 이는 학부모들 사이에 뿌리 깊은 강남학군 선호의식에서 비롯된다. 강남은 명문학교 뿐만 아니라 사설학원에 유명강사가 많이 포진된 교육여건이 좋은 곳이란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학군이 좋은 강남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어려워진 수능시험이 강남의 집값 폭등에 불을 댕겼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 영암 지역민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날이 갈수록 농촌공동화 현상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두가 현대판 ‘맹모삼천지교론’에 서 비롯된 탓이다. 일찍이 고향을 떠난 사람, 생활 근거지를 영암에 두고 있으나 인근 광주나 목포에서 출퇴근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은 자식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교육여건이 좋은 곳으로 사람들이 떠나다 보니 우리 영암은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기는커녕 오히려 갈수록 위축되고 지역발전이 정체되다 보니 살길을 찾아 다시 도회지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영암읍 상가주민들은 위기감이 더해가고 있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고 있는 판에 휴일이 더 늘게 되면 그만큼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문학교 육성도 조속하고도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력 대두되고 있다.

그 대안으로 영암중학교와 여중학교를 남녀 공학으로 통폐합해 공립화하고 영암고와 영암여고를 역시 통폐합해 사립화하는 방안이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물론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청소년기 잦은 접촉에 의한 이성간 문제도 염려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 ‘장발’ 단속에서 보여주듯 한낱 기우(杞憂)에 불과할 수도 있다. 오히려 음성적으로 이뤄진 비행보다는 공개된 장소에서 건전한 교제를 유도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도시지역에서는 이미 보편화 되어 있는 남녀공학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근 해남·장흥 등지에서 유학 오던 학생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각 군마다 명문학교 육성이 실효를 거두면서 굳이 외지로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이 영암발전의 장래를 좌우한다고 감안할 때 결코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영암의 먼 장래를 위한 각계의 보다 신중하고 고뇌에 찬 결단이 절실한 시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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