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 23일(56호)

 

문배근 본사대표이사 발행인
중국 노(魯)나라시대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깊은 산을 넘게 되었다. 공자는 한참 길을 걷다 인가가 없는 산 속에서 한 여인의 구슬픈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다. 공자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한 여인의 울음소리가 왜 들리는지 알아보기 위해 동행하던 제자 자로(子路)를 보내어 사연을 듣도록 했다. 자로가 여인에게 물었다. “왜 당신은 산 속에서 이토록 혼자 구슬프게 울고 있는가?” 그러자 그 여인은 “여기는 아주 무서운 곳입니다. 수년 전에 저의 시아버님이 호환(虎患)을 당하시더니 작년에는 남편이 해를 당했고. 어제는 자식까지 호랑이에게 물려 갔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무덤을 만들어 놓고 울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자로는 다시 물었다. “그러면 왜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살지 않고, 이 깊은 산 속에서 살다가 그런 일을 당했는가” 그러자 그 여인은 뜻밖의 대답을 했다.

“이 산 속에는 호랑이는 있어도 탐관오리는 없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정의가 없는 사회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무서운가를 중국의 고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과연 이 시대, 정의(正義)는 살아있는가. 인간사회에서 정의는 어둠을 밝히는 빛과 같다. 그러나 우리 인간사회에서는 이 정의가 실종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정의가 없는 상황 속에서는 사회를 좋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아무리 많은 법을 제정한다고 해도 그것은 오히려 인간 사회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할 뿐이다. 우리가 인간의 질(質 )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상의 뜻을 거역하지 말아야 하고, 이치 속에 있는 일을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된다. 다시말해 인간사회를 존속하게 하기 위해선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정의라는 의미다. 인간 사회에서 이 정의가 빠져버리면 아무것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우리가 자동차를 움직일 때 그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를 빼어버리면 자동차는 있어도 제 구실을 할 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정의는 국가사회에 큰 힘을 만들어 내고, 그 힘의 원동력이 되는 근본이다. 도덕 또한 마찬가지다. ‘덕’이란 무엇인가. 바로 올바른 행동을 말한다. 올바른 행동이 인간 사회에 큰 가르침을 남긴다는 뜻이다.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도덕이 상실된다. 이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항상 있어 왔던 일이다. 정의가 없는데 어떻게 있는 일을 바로 알 수 있겠는가. 또한 있는 일을 바로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있는 일을 올바로 해 낼 수가 있겠는가.

우리 인간사회에서 정의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은 좋은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의 바램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불행은 사람들이 아직도 정의를 우습게 여기며, 도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참으로 혼란스럽고 답답하다.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 따위는 이젠 아랑 곳 없다. 오로지 대권쟁취를 위한 이전투구에만 집착하고 있다. 병역비리 의혹을 장외로 끌고 나가 1 천만명 서명을 받겠다는 민주당 방식이나 이에 맞서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나선 한나라당의 맞불작전은 진실규명에 앞서 국민들에게 한숨만 안겨줄 뿐이다. 수재민 구호대책과 민생법안 처리, 경제 살리기 등 산적한 현안을 외면 한채 협박과 거짓이 판을 치는 원인은 따지고 보면 우리사회에서 정의가 실종된 탓이다. 정치권의 이 같은 진흙탕 싸움 속에서도 최근 팔순의 실향민이 불우이웃을 위해 270억원을 쾌척한데 이어 교수출신인 한 사업가가 215억 원에 달하는 자신의 재산을 대학에 기증해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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