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 9일(55호)

 

문배근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광주·전남지역의 최대 쟁점인 전남 도청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해묵은 논란이 또다시 재현되고 있다. 시·도민의 갈등과 소모적 논쟁으로 혼란만 불러 일으켰던 전남도청 문제가 최근 다시 불거지면서 지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박광태 광주시장과 강운태 민주당 광주시지부장, 한나라당 이환의 광주시지부장, ‘전남도청 이전반대 및 광주·전남 통합추진위원회’가 지난 5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전남도청 이전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이날 도청이전 반대운동을 시민과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도청이전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기 위해 시민 대표기구를 ‘도청이전 반대 범시도민추진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덧붙였다. 도청이전의 주체인 전남도가 배제된 채 가진 이날 4자 회견은 6.13 지방 선거 때 표명했던 도청이전 반대에 대한 입장을 시·도민들에게 확고히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년전 보여 주었던 광주·전남 시·도지사의 ‘힘 겨루기’를 또다시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또 이날 정치적으로 일단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져 한 목소리를 냈던 이들은 각론에 들어가서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을 여실히 드러내 문제해결 보다는 또 다른 논쟁의 불씨를 뿌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93년 5월 13일,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담화로 불을 댕긴 전남도청 이전 문제. 이후 신도청 부지가 확정되면서 촉발된 도청이전에 따른 갈등은 민선 1기 내내 시·도 통합 논쟁에서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보내야 했다. 이 허송세월은 당시 ‘허경만 전남지사와 송언종 광주시장의 성(姓)’을 따 빗대어 나온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시 민선 2기에 들어서자 허지사의 도청이전 재추진으로 약 3년만인 지난해 말 가까스로 신청사 기공식을 가졌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도청이전에 관한 논쟁의 불씨에 쐐기를 박는가 싶더니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다시 불을 지폈다. 물론 정략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 이해를 같이 했던 급조된 시민단체 중심의 도청이전 반대운동이 최근 광주시장과 한나라당·민주당 광주시지부까지 가세하면서 도청이전 문제는 또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신청사 건립공사가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고 오는 11월 남악신도시 착공을 앞두고 최근 감정평가 작업에 돌입한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공동기자 회견은 지역발전에 적잖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전남도의 새로운 수장으로 앉은 박태영 지사도 전남도청 이전문제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취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천명한 바 있어 앞으로 ‘험로’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도민들의 의사는 깡그리 무시된 채 정치권의 정략과 일부 기득권층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시기에 맞춰 이리저리 춤추는 도청 이전문제는 여전히 광주·전남의 ‘뜨거운 감자’로 남게 될 것이 분명하다.

 과연 이같은 소모전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남긴 채 지역 간 갈등과 혼란만 부추키면서 말이다. 이 모든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졌음을 지적하고 후일 역사가 심판할 것임을 필자는 이미 본란을 통해 주장한바 있다. 어쨌든 DJ를 중심으로 과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이 지역 정치기상도에 비춰 볼 때 일부에서 제기하는 ‘레임덕’ 현상과 함께 ‘서산에 지는 해’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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