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2월 8일(30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우리 영암지역민들이 아직도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있는 고시 있다. 황금어장인 갯펄을 막아 지역경제의 새로운 활로가 트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대불산단이 바로 그곳이다. 그러나 첫 삽을 뜬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산업단지의 실상은 아직도 초라하기 그지 없다. 수천억을 들여 조성한 공단이 빈 땅으로 덩그러니 놀려있는 걸 보면 예전의 바닷가 그 모습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결국 정치논리에 탄생된 대불산단의 현주소는 오래전부터 지역민들을 실망시키는 데 족했다. 장밋빛 청사진으로 한때 기대에 부풀었던 지역민들은 언제부터인가 무관심으로 돌아서게 돼 버린 것이다. 당연히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갈수록 어려워져만 가는 농촌현실에서 대불산단의 존재는 아직도 우리 영암지역민들에게는 유일한 희망일 수 밖에 없다. 황금어장을 내 준 댓가 치고는 아직 이렇다 할 파급효과는 미미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때마침 대불산단에 국제전자물류 허브단지 조성을 위한 전남도의 최종 용역보고와 함께 투자계획 및 세부적인 일정이 확정됐다.

전남도는 오는 2004년까지 대불산단 5만평 부지에 630억원을 투입해 국제무역과 수출입 물동량, 환적화물 등을 처리할 수 있는 국제 화물 운송과 무역, 금융, 정보망 중심의 ‘국제전자물류센터’ 건립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한 30만평의 부지에 2008년까지 2천억원을 투자, 화물취급시설과 집배송·교통·판매시설 및 금융, 무역기관, 부품가공기업 등을 유치하기 위한 전자물류산업단지를 추가로 조성하는 등 대불산단을 전자물류 거점지역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무역센터와 교역의 중심지가 될 물류정보망 중심 축을 위해 화주와 선사, 육상운송회사 등 물류관련 국내외 회사와 컨테이너 부두 및 항만, 해운, 항공 등 유관기관을 유치하고 저장창고와 항공기 부품산업도 적극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대로라면 중국과 동남아에 대한 시장확대, 무안공항과 목포신외항 등 물류산업 경쟁력 증가 등을 통해 볼 때 대불산단은 명실공히 동북아 물류중심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앞으로 10년후를 생각하면 우리 영암지역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산단 조성 당시 청사진과 지금의 대불산단을 생각하면 걱정 또한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게 계괵대로 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계획에 포함된 예산만 보더라도 그렇다. 총 예산 2천 630억원 가운데 국비 850억원과 도비 200억원을 뺀 나머지 1천 580억원을 정기선사와 물류회사, 외국투자기관 등을 통한 민자와 외자로 충당할 계획이다. 전체 사업비의 절반이 넘는 예산을 민자와 외자유치에 의존한다는 것은 이 사업의 성패가 바로 자본유치에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우리가 우려감을 표시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기업유치 및 분양·입주업체 지원업무 등을 전담하고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 대불지사의 턱없이 부족한 인력배치도 마찬가지다. 최근 2급 지부에서 1급인 지사로 승격돼 그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인력배치는 종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총 정원이 9명이지만 겨우 1명을 늘려 5명만 배치됐을 뿐이다. 이러고도 과연 그들이 당초 설립취지를 살려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해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젠 더 이상 지역민들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 아니 정치논리에 앞서 지역민들을 현혹시키는 일은 머지않은 장래에 반드시 혹독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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