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28일(49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한국 축구를 아시아 사상 첫 월드컵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 사건이후 한반도의 지축을 뒤흔들게 한 대사건 뒤에는 히딩크라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영웅을 만든 영웅 히딩크. 그는 분명 우리 모두의 우상이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즐거울 일이 없었지만 그는 우리 모두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한국에 히딩크가 있다면 일본에서는 닛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사장(48)이 있다. 프랑스 국적의 곤 사장 역시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으로 적자에 시달리던 닛산차를 2년만에 흑자로 이끌어 일본에선 영웅으로 떠올랐다. 일본만화에 ‘경영의 마술사’로 그려지는 등 신화적 인물로 대접받고 있으며 타임지와 CNN이 작년말 선정한 올해의 최고경영자(CEO)에서 빌 게이츠를 제치고 1위로 떠오른 인물이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과 일본에선 벽안(碧眼)의 외국인 영웅이 탄생한 것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기적’을 일궈냈고 연고주의와 정실인사의 폐해극복, 합리적이면서 강력한 리서쉽, 세계화 시대에 적합한 경력 등 닮은 점이 많아 시선을 끈다. 우선 히딩크 감독은 연고주의가 작용하던 국가대표 선발시스템을 깼다. 곤 사장은 연공서열이나 종신고용제, 연고에 따른 거래관행 등 관료적 사고와 기존 관행에 충실한 일본식 경영시스템을 타파했다. 두 사람 모두 내국인이 갖고 있던 ‘한계’를 극복해 낸 것이다. 곤 사장은 젊은 중견간부를 중심으로 혁신팀을 만들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적인 제안을 독려했다. 혁신팀이 임원을 거치지 않고 자신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주문하는 등 수직적 체계에 길들여진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깨기 위해 노력했다. 히딩크 감독 역시 김남일·최진철·송종국·이을용 등 기존 국가대표팀에 끼지 못했던 ‘숨은 진주’를 발탁했고 한국 축구팀 선후배 사이의 경직된 문화를 과감히 배제해버렸다. 실력주의에 기초한 인재 등용과 함께 자유분방한 의사소통이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히딩크 감독이 체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축구와 스피드를 살린 공격이라면 곤 사장은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군살을 제거한 뒤 공격적인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프로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일을 처리한다’ 는 원칙 아래 과거 일본인 CEO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곤 사장은 유명하다. 기본기와 스피드를 중시하고 있음을 발견 할 수 있다. 여기에 신념이 강하고 위기적 상황일수록 과감한 전략을 사용한다는 점도 닮았다. 세계화 시대가 요구하는 자질을 갖춘 점도 같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외국땅에서 자신의 전설을 창조해냈다. 6.13지방선거가 끝났지만 아직도 뒷말이 무성하다. 돈 선거는 여전히 횡행했고, 일부에선 당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선출직이지만 돈을 주고 산거나 다를바 없다고 단언한다. 결론적으로 현대판 매관매직(賣官賣職)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히딩크와 같은 인물을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에서 들여온 인물은 선거 때 신세를 진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최소한 부정부패를 할 필요가 없고, 다음 선거에 대비해 각종 이권에 개입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그리고 외국에서 온 만큼 자신의 고향에 우리의 농수산물이라도 팔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조합장 선거에서부터 5만원짜리가 10만원으로 뛰고, 10만원짜리 봉투를 받고 나면 곧이어 20만원짜리가 날라든다는 우리의 선거문화 션실을 두고 한 말이다. 민선 3기와 4대 영암군의회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선 ‘영암군의회가 언제 있었던가’ 라는 비아냥 대는 말도 들린다. 과거 영암군의회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영암군민들은 히딩크와 카를로스식 경영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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