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15일(47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이화위존’(以和爲尊).

‘화합이 가장 존귀하다’는 이 한자숙어는 올 연초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새해 휘호로써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별로 달갑지 않은 인물이지만 어쨌든 우리나라 정치사의 주요 인물로 아직도 그의 행보는 뉴스거리다. 뉴스를 쫓아 뛰는 기자들에겐 좋든 싫든 뉴스메이커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들의 말 하나, 행동 하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국가부도사태를 맞게 한 YS도 제발 언론에 비추지 않았으면 하는 독자들의 바램도 있지만, 얄밉게도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역시 그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정치 9단의 JP역시 지난 총선에 참패하고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아직껏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여튼 그는 해마다 조반역리(造反逆理), 부대심청한(不對心淸閑)등 정치적 의미를 함축한 독특한 신년 휘호를 내놓고 있다. JP는 “올해는 월드컵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일은 물론 나라의 명운을 결정할 양대 선거가 있어 특히 선거 후유증이 우려 된다” 면서 “국민 모두가 화합하는 여유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국민화합’을 외치고 있는데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갖게 한다. 3김 정치의 원조로 오늘날 지역패권주의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그가 ‘국민화합’을 외치다니···. 이제 막이 내려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방선거가 종료됐다. 전라도당·경상도당·충청도당도 문제이지만 우리 동네의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그동안 선거를 치른 당사자들은 물론이지만 선거운동원들도 많은 고생을 했다. 시골 선거라는 특수성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으리라 짐작된다. 체면치레를 위해 나선 사람, 선후배라는 이유로 나선사람, 평소에 절친하다는 이유 등등··· 선거운동에 참여하게 된 배경도 다양하다. 그런데 여기서 그 ‘끈’이 맺어준 선거운동은 단순히 보사활동에 그쳐야 한다. ‘너 죽고 나 살자’는 극단적인 선거운동 이면에는 불순한 동기가 깔려 있지 않을까 걱정도 앞서는 게 사실이다. ‘우리 사람 아니면 안 된다’는 이분법적 사고 저변에는 분명 ‘보상심리’가 깔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도한 선거운동이 주민들간 분열과 갈등을 낳고 그 갈등 뒤에는 무얼 바라는 보상심리 때문인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가족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당사자도 아닌 바에야 굳이 감정을 갖고 대응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 결국 이로 인한 폐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인사청탁·이권개입 등등. 반대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는 또 다른 감정을 낳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한때 서운했던 감정은 급기야 적대감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많다. 그리고 보복 심리가 작용하게 된다. 그 사람은 분명 4년후 또 다른 사람을 지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엔 공짜까 없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한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비워야 한다. 급변하는 세상에 우리의 사고와 행태는 50~60년대에 머물러선 안된다. 보다 성숙된 자세로 우리 모두 평상심으로 돌아가 자신의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혹시 선거 기간 중에 이웃간 감정을 살 일이 없었는지 반성해보자. 그리고 조금이라도 앙금이 있었다면 서로 말끔히 털어내고 화합해야 한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이엔 머리를 맞대고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다. 먼저 김철호 당선자부터 이화위존(以和爲尊)의 뜻을 깊이 새기고 몸소 실천해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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