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7일(46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진인사 대천명, 시위를 떠난 화살은 과녘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그 명중여부는 며칠후면 드러난다. 그 운명의 날이 바로 13일이다. 그동안 민심잡기에 나선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나름대로 성패를 가늠하며 막바지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입이 바짝 바짝 타 들어가는 그들의 심정을 모를 바 아니지만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의 냉정한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익히 예상했던 일이지만 의외로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인터넷과 전화를 통한 ‘테러행위’가 과도하게 전개되고 있다. 게시판에 올려진 험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주변 인물을 가려서 만나는 일도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일부 공무원 사회의 처신은 더욱 극치를 이룬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겠다는 현명한 처사임에도 왠지 부자연스럽다.

후보자 선거운동원들이 벌이는 대리전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여기에 손을 벌리는 유권자가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 “⨉⨉행사가 있는데 얼굴도 내비치지 않느냐”며 은근히 참석을 종용하는가 하면, 단속을 의식해서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서라도 찬조를 하라”며 금품을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능적인 방법으로 ‘손 내밀기’를 구태의연하게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이웃간 분열과 대립으로 치닫고, 향응제공·금품수수 행위 등이 횡행하는 지방선거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마치 좌익과 우익이 대립하던 50년대 상황이 21세기 첨단 사회에서 버젓이 전개되고 있다. 전율마저 느껴진다.

축제의 마당이 되어야 할 지방선거가 어찌 이 같은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는가. 자치제도의 본 취지는 간데 없고 심한 상처만 남게 되는 선거풍토. 과연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전개될 것인지. 그렇다고 제도 자체를 원점으로 돌릴 순 없잖은가. 일각에선 허튼소리도 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그건 마치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일 뿐이다. 결국 유권자들의 의식개혁이 문제다. 반성해 보자. 그 동안 정치인만 나무라고 정치개혁을 해 주길 바랬지 정작 주권을 가진 자신들은 어찌했는가. 주인행사를 못하니 머슴들이 상전 노릇한 건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올 지방선거는 지난 95년과 98년에 이어 세 번째다. 무릇 ‘풀뿌리 민주주의’가 21세기 뉴밀레니엄 시대와 함께 정착단계로 진입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민주주의의 ‘학교’ 라는 지방자치제도가 우리 현실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것은 결국 유권자들의 몫이다. 우리의 몫 찾기를 소홀히 했을 때 비참한 꼴을 계속 당할 수 밖에 없다. 준엄한 심판을 내리고 채찍을 가할 때라야 머슴들도 제 몫을 제대로 해 낼 것이다. 우리의 곳간 열쇠를 맡기는데 이해 관계와 온정주의에 빠져서야 되겠는가. 도덕성·개혁성·청렴성·지역발전을 이끌 수 있는 리더쉽과 비젼 등은 나름대로 우리의 일꾼을 뽑는 기준이 될 것이다. 새 천년, 21세기 세계화를 사는 우리가 할 일는 의식개혁이다. 우리의 고정된 관념을 바꾸고 우리의 생각들이 변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밝을 수가 없다. 말로는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를 부르짖으면서도 행동에서는 이미 타락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가 기대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신성한 주권, 보다 값지게 행사하자. 영암의 미래를 위하여.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