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 31일(45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너무 혼란스럽다. 선거가 임박하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은 아랑곳없이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또 한쪽에선 국제적인 행사준비로 초비상인 가운데 민주노총 산하 각 사업장의 파업 사태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대통령의 아들들이 비리에 연루되면서 여야간 칼끝 대치는 계속되고 있다. 그뿐인가. 오랜만에 정권을 잡은 자들의 추잡스런 행태들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비리··· 비리··· 비리의 연속이다. 현정부 출범초기 한때 ‘해도 너무 한다’ 는 말이 전라도 사람들 입에서 나왔다. 정부 산하 각 기관은 물론이고 공공단체 등 전라도 사람이 뻗치는 곳이면 어디서든 흘러나온 말이다.

‘거지들의 밥그릇 다툼’으로나 비유될 천박한 행태들이 정권 교체와 동시에 곳곳에서 벌어졌다. 논공행상에 따른 내 사람 심기에 혈안이 된 탓이다. 오죽했으면 전라도 사람들까지도 ‘해도 너무 한다’고 자탄했을까.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인사들은 또 다른 이권에 개입하면서 자신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했다. 최근에 드러난 대표적 사례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김희완이다. 혹 그는 빙산의 일각에 지날지 모른다. 현 정권의 막후실세들도 드러났다. 막강한 권한 때문에 좀처럼 드러나지 않을 것 같던 그들의 관행(?)적인 뇌물과 특혜가 속속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지역 유권자들에게 이렇다 할 해명이나 사과 한마디 있을 법하지만 아직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는 이미 도덕적으로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세상엔 비밀이 없다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난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세상이 이처럼 시끌벅적한 와중에도 선거일은 어김없이 10여일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아직도 경선의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지만··· 불공정 게임을 주장하는 경선 낙오자들은 무소속 출마를 잇따라 선언하며 ‘게거품’을 물고 있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기현상 때문이다. 그래서 기를 쓰고 ‘완장’을 두르고자 하나 여전히 위원장들의 입김은 막강하다. 때문에 아예 경선 근처에도 못 간 후보자들은 일찌감찌 발길을 돌려 제 갈길을 가고 있다. 요즘은 오히려 그들의 행보가 대견스러울 정도다. 저 위로부터 만신창이가 됐음에도 그 누런 ‘완장’을 탈환하기 위해 기를 쓰는 무리들과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렇게 되기까지는 유권자들의 그릇된 선거문화 탓이다. 패거리 정치에서 나오는 오만과 불손, 그래서 부정과 비리의 움막에 이르게 되기까지는 우리 유권자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급기야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가 들고 일어섰다. 지방자치단체장 후보경선 과정에서 잇단 물의를 빚고 있는 민주당 규탄대회가 86개 시민단체 주관으로 지난 23일과 27일 광주에서 잇따라 열렸다. 민주당에 대한 반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 없던 일이 선거를 목전에 두고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민심은 광역단체장 여론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광주·전남북 등 3곳을 제외하곤 모두 불리한 것으로 최근 조사결과 나왔다. 반면 한나라당은 9곳이나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최근 광주시장 후보 교체 과정에서 드러난 지역 국회의원들의 행태에 광주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에 민주당 시·도시부가 텃밭의 민심이 예상외라는 판단에 따라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고강도 선거대책을 마련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요구대로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오만한 작태를 버리지 않는 한 극약처방 효과는 알 수 없다. 텃밭에서 조차 떠나가는 민심··· 추락하는 대통령의 위상만큼이나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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