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 17일(43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올 지방선거에서 최대 이슈는 민주당의 주민경선제였다.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후보선출에도 주민들을 직접 참여시키는 주민참여 경선제 도입은 정치에 염증을 느낀 주민들에게 상당한 희망을 안겨주었다. 과거 횡행했던 지구당 위원장들의 전횡과 밀실공천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기도 했다. 이같은 결과로 인해 민주당 전남지역 기초단체장 후보의 절반이 새 인물로 교체돼 지역정가의 대대적인 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담양군에서 시작된 도내 22개 시·군 단체장 후보경선이 9일 고흥군을 끝으로 모두 끝나 절반이 넘는 11개 시·군은 현직 단체장이 낙선한 화순·강진·무안 등 3곳과 현직 단체장 불출마로 인해 새 후보가 선출된 목포·여수·순천·광양·담양·완도·진도·신안 등 8개 시·군이다. 또 도의원 후보도 도내 46개 선거구 중 70%이상 새 인물이 뽑히는 등 경선기간 내내 박빙과 파란의 승부가 연출됐다. 이처럼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후보에 새 인물이 대거 등장한 것은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특히 지난 4일 실시된 광주시장 및 전남지사 선거에서 현직 시장과 지사가 모두 낙선되는 이변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광주·전남지역의 민주당 경선이 잇단 불공정 시비에 휘말리면서 지역민들을 또다시 실망의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다.

이웃해 있는 강진·완도에서는 도내에서 처음으로 중앙당의 경선 무효결정이 내려졌다. 이처럼 불공정 시비가 일고 있는 것은 지구당 위원장들이 경선 과정에서 선거인단 구성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등 지구당의 투명하지 못한 선거관리가 빚어낸 결과로 압축되고 있다. 지구당 위원장들이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당선된 후보로부터 금품을 챙겼다는 확인되지 않은 금품수수설까지 꼬리를 물고 있다. 예를 들면 A기초단체의 경우 모 후보가 기초의원에게 각 1천만원씩을 제공하고 이들이 선거인단을 모집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고 B단체장 경선 과정에서는 모 후보가 “특정 후보가 10억원을 쓴 의혹이 있다” 며 이를 밝히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또 C자치단체도 지구당 위원장에게 20억원을 제공하고 경선에서 승리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D자치단체는 모 후보가 지구당 위원장에게 3억5천만원을 제시하며 저울질했다가 5억원을 요구하는 바람에 포기했다는 설이 떠돌고 있다.

정당정치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민주당의 주민경선제가 이처럼 지역정가를 온통 혼탁과 부정으로 물들이면서 차라리 기존 ‘공천제’ 가 나았을 것이라는 성급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선거혁명’ 으로까지 일컬어지며 주민들의 기대를 잔뜩 부풀렸던 주민경선제가 왜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패거리 정치문화를 청산하고 정치개혁을 갈망했던 지역민들의 바램을 외면하는 이같은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물론 경선에서 깨끗이 승복하지 않고 억지를 쓰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한때 주민경선제 자체를 무산시키고자 했던 전남지역 지구당위원장들의 행태를 볼 때 탈락자들의 ‘억지주장’ 으로 매도하기에는 무리수가 따르지 않나 싶다. 어쨌든 ‘민의 수렴’이라는 순기능에 기대를 걸고 출발한 국민경선제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완전 자율경쟁을 보장하는 장치가 마련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지구당위원장들의 사심없는 마음가짐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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