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 3일(41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흔히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 또는 ‘문화전쟁의 시대’ 라 한다.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표현이라 하겠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나라마다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국가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지구촌’ 이라고 부를 만큼 가까워진 나라와 나라끼리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다르고 전통적인 문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INF체제 직후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한국의 문화주체성과 경제위기’ 라는 강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한국의 지난 40년간 경제발전은 문화적 바탕의 표현일 뿐” 이라면서 “현 경제난 때문에 예술을 뒷전으로 돌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문화적 부가가치’를 활용할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21세기 외교의 중심은 경제와 문화로 옮겨갈 것” 이라고 밝힌바 있다. 결론적으로 문화는 국운을 좌우하는 힘이 되고 있다. 경제적 부가가치와 고용창출을 통해 엄청난 경제적 부를 가져다 줄 문화는 이미 우리의 중요한 자원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예외일순 없다. 소비적이고 사치적이라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방향으로 힘을 쏟아 붓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적 기능에 주력하고 있다. 때마침 주5일제 근무를 위한 시험단계에 들어갔다. 아직 논란이 있긴 하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주5일제 근무는 곧 실현될 것임이 분명하다. 정부 주도의 주5일제는 앞으로 여러면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실례로 초등학교에서는 자연학습이나 문화체험을 위한 숙제를 좀더 다양하게 낼 것이다. 물론 가족이 함께 하는 숙제도 덩달아 많아질 것이다. 도시학교에서는 이미 실시하고 있는 자기고장 문화 및 역사 탐방 숙제도 보다 넓은 시야로 돌리게 될 것이다. 즉 우리나라도 곧 선진국형 가족동반 관광이 보편화될 전망이다. 사회구조적으로 ‘문화 관광’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리면서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목포를 우린 옆에서 목도하고 있지 않는가. 이처럼 중요한 시점에 우리 영암의 문화인프라는 어떠한가.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아직도 많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남도문화의 중심지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문화유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진가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이유는 총체적인 정리미흡과 홍보부족에 있다는 진단을 내린다. 그러면서 충고한다. 영암만이 갖는 독창적인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또 우리 문화와 자연자원을 좀더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깊이 있고 재미있는 테마별 관광루트를 개발해야 한다고. 여기에 월출산을 포함한 종합적인 ‘월출산 문화박물관’을 건립해 현장 문화답사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아쉬움이 있다. 남도문화의 중심지에 걸맞는 종합문예회관이 없다는 점이다.

대규모 공연장을 갖춘 문예회관의 건립으로 지역문화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시골에서 200명 모으기도 힘든 판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문예회관을 또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네거티브 전략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다른 지역은 이벤트 행사를 갖고자 해도 소재가 없어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영암은 그렇지 않다. 가야금 산조의 창시자 김창조 선생만 하더라도 그렇다. 가야금 산조의 산실로 연례적인 행사를 치를 수도 있다. 그럼으로써 내국인은 물론 외국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집안잔치만 벌이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공연장 하나 제대로 갖추지 않고 어찌 국제적인 행사를 벌일 수 있단 말인가. 주어진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있지 않은지 되짚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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