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26일(40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나비’하면 아련한 설레임이 있다. 그것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뚜렷이 기억할 수 없는 추억과 낭만, 동심 등 그 어떤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 아름다운 나비가 맑고 푸른 대자연 속에 유채와 자운영의 꽃물결 사이로 춤추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관이겠는가. 호랑나비·배추흰나비·멧노랑나비··· 등 이름도 제대로 알 수 없는 나비들은 이젠 아득한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지 오래다. 농약·제초제 사용 등에 의한 급속한 환경파괴 때문이다. 그러나 해마다 5월초 어린이날을 전후해 수많은 나비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함평이 바로 그곳이다. 광주와 목포사이에 끼여 자랑할 만 하거나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는 함평. 하지만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전국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불과 3년사이 갑자기 떠오른 함평은 다름 아닌 나비로 유명세를 탔다. 광활한 함평천 수변공원에 유채와 자운영꽃 물결이 넘실대고 그 사이로 수만 마리의 나비가 날아 어우러지는 모습은 글자 그대로 장관이다. 세계 최초로 살아있는 나비와 곤충, 자연을 소재로 새롭게 시도된 친환경축제로 자리매김되면서 보잘(?)것 없던 함평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이다. 특히 함평군은 이 축제를 통해 친환경농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잡으면서 농산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오리농법쌀·자운영쌀·나비쌀 등 함평에서 생산된 모든 농산물은 친환경특산물로 도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되고 있다. 어린이에게는 자연생태학습 체험의 기회를 주고 어른들에겐 환상의 추억과 동심의 세계를 맛보게 하면서 해마다 80~120만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데도 성공했다. 돌머리 해수욕장과 해수 찜 등 주변의 관광명소도 덩달아 붐비는 것은 물론이다. 지금 함평을 지나쳐 보라. 예전의 함평이 아님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나비의 고장, 함평이 하마터면 영암으로 바뀔 뻔한 사실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영암군의 문전박대(?)에 함평군으로 발길을 옮긴 나비축제 유치의 주인공은 젊은 민선 군수의 마인드와 맞아 떨어져 오늘의 함평군을 이르게 한 것이다. 영암군의 때늦은 후회도 풍문으로 들리긴 하지만 평범한 곳에 진리가 있고, 하찮은 것 같지만 실속이 있음을 다시한번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마인드 자체가 문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촌 환경 속에 각 시·군의 대응책을 보면 천편일률적이다. 쌀 문제만 하더라도 모두가 고품질 쌀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굳이 경제논리를 앞세우지 않더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희소가치가 없는 상품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최근 전남도가 영산강유역 간척농지를 친환경 농업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중앙정부에 건의했다. 사실 우리 영암지역도 정부의 영산강 개발 사업으로 농지가 늘어난 반면 엄청난 해양자원을 잃었다. 아직도 3단계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간척농지는 애물단지로 전락한지 오래다. 분배를 둘러싼 마찰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쌀 농사가 대접받던 시대도 지났다. 결론적으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우리 영암은 월출산의 맥반석과 풍부하게 널려 있는 황토흙을 집중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니난해 가을엔 반딧불의 집단 서식지도 신북에서 발견됐다. 나비 이상의 청정지역으로 손색이 없는 요소들이다. 여기에 영산강유역 간척농지를 친환경농업지구화할 경우 새롭게 주목받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소금강 월출산을 오르고 문화예술의 진수를 느끼며 돌아가는 길에, 영암의 청정 농산물을 차량 가득히 싣고 앞다퉈 떠나는 관광객들을 볼 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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