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 19일(39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비리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최근까지도 잇따라 터져 나오는 각종 권력형 비리사건을 접하면서 5년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의 국정농단 사건을 지며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게이트’ 정국은 끝없어 보인다.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을 만큼 어지럽게 전개되고 있는 각종 비리는 한결 같이 현직 대통령 친인척이나 권력핵심 인사가 끼여 있어 우릴 더없이 슬프게 한다. 한풀이와 함께 뭔가 달라지기를 바라며 수많은 세월을 맹신도처럼 추종했던 전라도 사람들. 그 사람들의 염원을 외면한 체 역대 정부와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니···. 참으로 분통터지는 일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98%의 경이적인 투표율을 기록하며 공산당식 선거라는 비아냥까지 감수하며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을 선택해온 전라도 사람들이 아니던가. 이는 ‘한풀이’의 방법으로 선거를 맹목적으로 치렀고, 카타르시스의 매개체로 김대중을 꼽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선 이게 뭔가. 대통령의 아들과 처조카, 아태재단 관계자들이 들먹거리며 끝없이 이어지는 사건들. 최근에는 나주출신의 최규선씨가 대통령의 아들을 등에 업고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한 흔적이 속속 포착되면서 이번 사건이 또 다른 ‘게이트’ 로 비화되고 있다. 당초 최씨의 수행비서였던 천모씨의 일방적 주장에서 시작된 의혹은 단순한 의혹 차원을 넘어 다른 관련자들의 입 등을 통해 하나둘 사실일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에 경찰청 특수수사 과장이 연루되고 최씨가 권력핵심에 구명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현 정권이 갈수록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 중심축에는 어김없이 전라도 출신이 끼어 있어 역시 우릴 더욱 슬프게 한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벼락출세해 위세를 부리고 다니던 사람들. 여기에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목에 힘깨나 주고 다니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 때문에 그나마 몇 명 안 되는 전라도 인재들이 제물로 사라졌다.

우리 영암출신만 하더라도 너댓명이 벌써 불명예 퇴진했다. 언제 또 어떤 지도급 인사가 ‘날벼락’을 맞을지 알 수 없다. 불행한 일이다. 이러한 일련의 ‘먹구름’ 정국 속에 우리에게 한 가닥 희망을 주었던 노무현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결국 이인제의 대세론도 잠재워 버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 괴력의 소유자 곁에는 벌써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전남지역 광역단체장을 노리는 사람들까지 ‘盧心’을 내세우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역시 정치란 살아 있는 생물처럼 묘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서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던가. 그런 와중에 민주당 대선후보가 확정적인 노후보가 당 안팎에 자계의 메시지를 던져 눈길을 끌고 있다.

“국민에게 거만하고 교만하게 비쳐지면 가장 나쁘다” “요즘 오랜 패배감과 불안감에서 벗어나 자신만만해지면서 자칫 해이될 수 있다” 며 경고성 발언을 처음 했다.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처신해야함은 본인은 물론이려니와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마치 대통령이 돼버린 듯 측근들이 호가호위한다면 국민들은 또다시 외면할 것임이 틀림없다. 지난 3월 광주의 선택으로 이어진 ‘盧風’ 의 의미를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변화의 요구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강조하지만 선거혁명이랄 수 있는 ‘광주의 위대한 선택’ 이 절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