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 29일(36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구속(拘束)되고 준거(準據)하도록 강요되는 일정한 행동양식을 ‘규범’(規範)이라고 한다. 이 규범은 단순히 강제적인 구속만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이를 따름으로써 사회생활이 순탄하게 이루어지는 측면도 있다. 일반적으로 규범은 사회적 규범으로서 존재하며 그 강제의 강도(强度)에 따라 대략 3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그 첫 단계는 관습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 때까지의 사회생활의 관행에 입각해서 사람들의 생활·행동을 규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는 비웃음·따돌림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둘째 단계는 도덕적 관습으로, 이를 위반한 때는 공동 절교 등 물리적인 제재를 받는다. 사람들의 행동을 본래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이 단계의 규범에 속한다. 이것은 비록 성문화(成文化)되어 있지 않지만 일상적인 행동에서 강력한 규제력을 가지고 있다. 셋째 단계는 제재의 주체가 어떤 형태이든 공적인 성격을 띠어서 권력을 가지는 경우다.

규범은 전형적으로는 법이라는 형식을 취하며 재판 등을 통해 공적으로 제재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강제력의 측면과는 다른 측면, 즉 규범의 형태를 보면 전통·도덕·제도 등이 있다. 이들은 규범이 개개인의 내부에 내재화(內在化) 되어 가는 경우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규범이 일정한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라고 자각하기보다는 여기에 따름으로써 사회생활의 통로가 열리는 일정한 형식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 영암군의 관문이자 중심부인 영암읍 시가지가 언제부터인가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차량이 날로 증가하면서 주차난은 어느 곳이나 공통의 문제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의식이다. 주차장 확보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36앞으로 이 문제는 계속 숙제로 남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찌감찌 군과 의회청사를 외곽 지역으로 옮겨 널찍이 자리를 잡고 도시계획을 새로 짰더라면 이런 문제로 골치를 썩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한 번의 기회를 놓친 것을···. 어쨌거나 영암군은 주어진 여건을 감안해 고육지책으로 ‘가변주차제’ 라는 걸 도입했다. 올해로 벌써 4년째 시행하고 있다. 시가지 간선로의 교통 혼잡을 줄이고 주차난을 해소한다는 취지였다. 영암읍 뿐만 아니라 신북 학산 등지에도 양쪽 도로를 일주일 간격으로 번갈아 가며 주차를 하도록 우리 실정에 맞는 일종의 ‘규범’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애초 편리함을 도모하고자 한 제도가 오히려 주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변 주차제를 무시하고 도로변 양쪽에 주정차를 일삼다 보니 교통체증으로 인해 혼란만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단속요원이 투입된 경우는 좀더 낫다. 그렇지 않은 오후 퇴근시간 무렵이면 문자 그대로 무법천지다. 때문에 신경전을 벌이며 한동안 곡예운전을 해야 시내를 간신히 통과할 수 있다.

상가주민들은 장사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그 뿐이면 차라리 다행이다. 외지 관광객들에게 비추는 영암의 인상이 우선 걱정이다. 공동 선(善)을 위한 규범이 지역발전의 장애요소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국립공원 월출산을 끼고 있는 영암은 앞으로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어쩌면 우리 영암은 국립공원 ‘월출산’ 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때가 오지 않을 까 싶다. 그만큼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산업’ 으로 갈수록 각광을 받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영암이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새롭게 하고,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작은 공동체 의식이 한데 어우러질 때 한껏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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