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 22일(35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올 대선과 지방선거의 특징은 각 정당의 ‘국민 경선제’ 도입을 꼽을 수 있다. 대선후보를 뽑기 위해 민주당이 채택한 국민참여 경선제가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선거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당의 입김이나 지구당 위원장의 개인판단에 따라 모든 것이 좌우되던 기존방식에서 벗어난 이 같은 새로운 시도는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염원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이처럼 새로운 정치실험을 하게 된 데는 계속되는 민심이반과 추락하는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음도 부인할 순 없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의 국민참여 경선이 ‘흥행’ 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래서 국민경선제가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에 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이 대세를 이루었고 전남지역 초선의원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구당에서는 주민들의 여망을 담아 구체적인 안까지 마련했다.
 
이에 따라 공천방법을 확정짓지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에 있던 다른 지구당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법 하다. 그러던 중 지난 12일 민주당 전남도지부 소속 국회의원들은 담합적 성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나갈 기초단체장 후보를 뽑는 경선에 주민참여를 배제한 채대의원과 기존 당원만으로 국한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는 당이 정치 개혁적 차원에서 도입키로 한 상향식 공천 원칙을 사실상 무시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과 함께 시대적 요구마저 묵살한 것으로 지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대세를 거스르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저의는 그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특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에도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는 인사들의 줄서기 행태는 계속될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 어지간한 인사는 아예 공천경쟁에 뛰어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아직도 ‘공천은 당선’ 이라는 비정상적 논리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시장·군수자리를 차지했을 때 과연 그들이 취할 처신은 어찌하겠는가.

지역주민들의 뜻보다는 막후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며 목줄을 쥐고 있는 위원장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여기에 그들의 또 다른 속내가 엿보인다. 결국 자신들에까지 화살이 되돌아 올 것을 우려한 나머지 미리부터 봉쇄해버리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번 기초단체장 후보공천에 주민참여 방식을 도입할 경우 자신들이 후보로 나갈 다음 국회의원 공천도 그 같은 방침을 따라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했으리라는 것이다. 당초 중앙당은 각 지구당의 특성을 고려,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하되 공천방법 등은 지구당이 알아서 하라는 지침을 내렸었다. 그럼에도 지구당 위원장들이 눈치를 보아가며 미적거려 오다 슬그머니 원 위치 해버린 것은 개인적으로 맞는 화살을 피해보자는 데 이심전심으로 맞아 떨어졌다고 보여진다. 당내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일군다는 의미에서 한국 정당사에 새로운 전기가 이룩될 것이라는 기대치는 결국 그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담양· 장성·곡성지구당(위원장 김효석)과 해남·진도지구당(위원장 이정일)은 전남도지부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주민경선을 도입키로 한 당초 방침을 고수하기로 결정,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 지구당위원장들이 지역민들에 대한 오만(傲慢)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다. 새천년을 맞아 처음 치루는 올 선거가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길 바랐던 소박한 꿈은 너무 어리석은 기대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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