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 15일(34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달나라에 갔다온 암스트롱에게 기자들이 물었다. 달에 가서 무얼 보고 왔는가? 암스트롱은 “지구가 아름답다는 것을 보고 왔다” 고 대답했다. 우리가 매일 매일 그 안에 살고 있는 지구, 그래서 그 온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지구. 지구가 아름답고 소중한 푸른 별이란 걸 지구에서 떨어져 달나라에 까지 가서야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영암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향을 떠나 오랜 세월을 객지에서 보낸 사람들은 고향 산천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된다. 산 전체가 거대한 조각품인 월출산의 아름다운 자태는 볼수록 신비롭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나 정작 영암에 거주하는 토착민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서울의 63빌딩은 서너번씩 다녀올 정도로 외지 관광에 열을 올리면서 지역의 소중한 자산은 소홀히 취급하는 경향을 보게 된다. 마치 남의 떡이 커 보이듯이···. 주민들의 정서에도 이같은 일면을 엿보게 된다.

외지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영암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영암에 거주하는 지역민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곤 한다. 또 이런 말도 곧잘 한다. 객지사람들은 이곳 영암사람들로부터 대접받는 대신 영암사람들은 서로 배척한다고도 한다. 남의 고장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일단 바람직스런 일이다. 하지만 순수한 의미의 호의가 아니라 아부(?) 근성에 연유한 잘못된 정서가 저변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극히 일부분의 얘기일 것이다. 새학기를 맞아 본지가 최근 집계한 중학교 진학실태 결과 학생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 3월 현재 중학교 학생수는 1천 753명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수치는 4년전인 98년 2천 254명에 비해 무려 500여명이 줄어든 것이다. 매년 120명이상씩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영암지역에서 폐교된 학교는 초등학교만 모두 19개교에 이른다. 때문에 지금은 면 소재지 중심 학교 한군데만 남아 있을 정도다. 이 마저도 정부의 정책에 의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덕진면의 예를 들어보자. 이곳 유일의 초등학교 덕진초교는 전체 학생수가 83명이다. 학급수는 모두 6학급. 그러니까 한 학년에 1학급씩 두고 있는 셈이며 학급당 규모는 평균 13명 정도다. 어렵사리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면소재지 학교마저 이렇다 보니 어쩔수 없이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어쩌겠는가. 아이들의 정서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은 일찌감찌 도시학교나 규모가 큰 학교로 옮기고 있다. 중학교 진학때면 앞다퉈 도회지로 보내고 있는 형편이다. 예나 지금이나 농촌의 공교육은 피폐일로에 있다. 이러다간 머지않은 장래에 농촌의 학교는 유물전시관으로 전락할 판이다.

정말 자식 키우며, 살만한 땅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돈을 벌기 위해, 공부를 위해, 한때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오고 싶어하는 그런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만들수는 없는 것일까. 지역에 살면서도 한 발짝 물러 서 있는 말없는 양심세력들이 지역발전에 동참하고, 그동안 각계에서 활약했던 출향인사들이 고향을 위해 재능을 쏟아 부을 수 있게 할 순 없을까. 또 그러한 풍토 조성은 언제나 가능할까. 머물고 싶고, 돌아와 살고 싶어하는 땅 그 아름다운 곳을 위해 지역민들의 열린 사고와 마음이 우선 중요하다. 글로벌 시대, 우리의 마음부터 활짝 열어 젖히자.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