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2월 22일(31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연초부터 봇물을 이루던 농협 등 조합장 선거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선거는 조합의 이사·감사 등 임원선거까지 예년에 볼 수 없는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선거권을 가지고 있는 조합원들에겐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난 느낌일 게다. 일부 지역에선 과열혼탁선거로 인해 후유증도 만만치 않지만 한가지 고무적인 현상도 발견돼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합원들의 의식이 점차 변하고 이TEk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지난 1월말까지 전남도내 119개소의 제 4기 농축협 조합장 선거를 실시한 결과 62.2%인 74개소의 조합장이 새로 바뀌었다. 이른바 예전에 볼 수 없는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97~98년에 실시된 전남도내 제 3기 조합장 선거에서의 현직 조합장 교체율 49%에 비해 13.2%가 증가한 수치다.
 
더욱이 현직 조합장이 21개소에서 단독 출마해 당선되는 등 ‘현직 프리미엄’ 의 위력을 실감케 한 가운데 출마를 포기한 현직 조합장도 4명중 1명꼴인 30명(25.2%)에 달해 출마포기를 둘러싼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어쨌든 이처럼 새로운 인물들이 현 조합장을 누르고 당선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조합원들이 이미지 변신과 개혁을 통한 농협의 발전을 바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조합원들이 부실운영 책임을 물어 조합장을 해임하는 등 내부 감시활동을 강화하면서 ‘임기 전 재출마하지 않겠다’ 고 밝힌 극히 일부 조합장을 제외하고 현직 조합장들이 운영상의 문제점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뜻을 접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 영암지역만 보더라도 세대교체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조합장의 경우 최근까지 선거가 끝난 관내 9개 조합 가운데 영암읍·금정·덕진 등 3곳을 제외한 6군데가 바뀌었다. 비율로 따지면 무려 67%에 달한다. 여기에 이사·감사 등 조합 임원의 구성비율도 60%가량이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다. 과열혼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세대교체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그릇된 선거문화에서 비롯된다. 학연·지연·혈연에 얽매여 대의(大義)를 그르치게 했던 유권자들의 의식이 점차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세대교체 사실보다는 유권자들의 의식변화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까지 치러진 우리 영암지역 농협선거 결과도 결국은 변화와 개혁을 통한 농협의 발전과 조합원 자신들의 권익신장 표출이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재선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다시 신임했다는 의미에서 그공적을 높이 살만 하다. 21세기의 길목에 선 오늘날 농협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4년전 취임하면서 농수축협의 개혁을 들고 나왔다. 농수산물의 유통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농어민들이 마음놓고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지금 그 실상은 어떠한가. 한때 호들갑을 떨며 각 점포마다 진열해 놓았던 농수산물을 우린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금융업무까지 박탈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음장도 결국 무위로 끝나버렸다. 지금 농촌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밑으로부터의 개혁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우리가 유권자들의 의식변화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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