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영, 바르질라 현대엔진등 쏠쏠한 알짜업체 속속등장
아직도 ‘전봇대’ 다수... 관계기관 적극적인 관심 필요

대불산단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이 조선블럭을 만드는데 열중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기술을 가지고 대형 플랜트산업에 뛰어든 업체들도 있다.

지난 2001년 창립한 대불산단내 (주)한영산업은 초창기 100억원이던 매출액이 2009년에 600억원으로 상승한데 이어, 올해는 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400억원이 뛰어오른 것이다.


자체인원 65명(협력사 포함 300명)의 중소기업이 이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플랜트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대형 조선블럭을 생산하면서 한편으로 해양구조물 접안설비와 강구조물 제작및 설치, 초대형 크레인 제작등의 기술을 축척해 왔다. 초창기 투자비용이 막대하지만 일단 자리 잡으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다.

 

 

 

 

주식회사 한영의 한승호 상무가 회사에서 제작하고 있는 부품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주)한영은 최근 브라질의 한 조선소에 1천500톤급 골리앗크레인을 수출했다. 높이가 100m에 이르고 폭이 200m에 달하는 초대형 크레인이다. 이 정도의 크기는 울산의 현대중공업 정도가 만들고 있는 규모의 크레인이다.

요즘 (주)한영의 5만평에 달하는 공장에 들어가면 광장 한켠에서 제작되고 있는 거대한 상판을 구경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길이와 세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광양의 이순신대교에 들어가는 상판이다.

길이가 27m에 달하는 상하행선 연결 상판을 이곳에서 49개를 생산하고 있다. 하나의 무게만 250톤이 나가는 초대형 강구조물이다. 이순신대교 상판 제작을 수주한 것 역시 (주)한영이 꾸준히 쌓아온 기술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회사 한승호상무는 “2009년 세계금융 위기이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회복해 가는 단계”라며 “자체 기술력이 많이 축적되었기 때문에 세계시장 진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LNG용 대형엔진을 생산하는 대불산단내 바르질라현대엔진은 요즘 생산라인을 쉴새없이 가동하고 있다. 바르질라현대엔진은 지난 2007년 핀란드 선박엔진제조업체인 바르질라와 현대중공업이 공동으로 설립한 업체.

지난해 일본의 스나미 재앙이후 LNG소비가 급증하면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해양조선등에 LNG선 제작주문이 급증했고, 이에따라 엔진주문도 늘어나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800억원대의 생산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이보다 배 이상의 생산액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듯 잘나가는 바르질라현대엔진이지만 엔진 제작에 필요한 주요 부품은 대부분 부산경남권에서 가져오고 있다. 정밀부품업체들이 대부분 그곳에 집중돼 있어 대불산단주변에는 필요한 정밀부품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인력도 문제다. 모든 제조업체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대불산단에서 소위 숙련공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한 업체 관계자는 “부산이나 수도권 산단입주 업체들은 모든 것을 반경 1.5㎞ 내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부품이면 부품, 인력이면 인력 모든게 그렇지요. 그런데 대불산단에서는 필요한 것을 해결하려면 사방팔방으로 뛰어야 합니다. 부산으로 갔다가 안산으로 갔다가 광주로 갔다가... 경영자 입장에서 보통 불편한게 아니지요.”라고 말했다.

보통 기업가들이 대불산단 입주를 선호하는 이유는 공장부지 분양가가 싸기 때문인데 이런저런 불편 때문에 오히려 비싼 수도권 부지 못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공장을 짓고, 원자재를 구하고, 근로자를 모집하고, 물건을 만들고, 만든 물건을 파는 시스템을 끝임없이 반복하는 제조업체들이 대불산단처럼 고립된 장소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흑산도에서 운동화 공장 운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외국에 한번 출장을 가더라도 대불산단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왕복 시간이 보통 하루는 잡아야 합니다. 이동하는 시간, 가서 대기하는 시간, 귀국해서 다시 이동하는 시간등을 합하면 엄청난 시간을 도로에 버리게 됩니다. 반면에 수도권 사장들 보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당일에 바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습니다. 대불산단 사장들 참 불편 많이 겪으며 사업합니다”

한 업체대표는 목포까지 하루빨리 고속전철이 개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 대전~목포간에는 KTX가 일반 철로를 이용하고 있다. 기업가들이 수도권에 최대한 빨리 이동할 수 있게되면 그나마 대불산단에서 기업하기가 수월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아직도 ‘전봇대’ 때문에 불편을 겪는 기업도 있었다. 회사앞에 중앙분리대가 있어 대형구조물을 이동하기가 어려운 곳도 있었고, 공장과 도로를 다리 하중이 튼튼하지 못해 초대형 선박 부품을 수출하는데 차질을 빚고 있는 업체도 있었다. 또 공단내에 가로등이 없어 근로자들이 심야에 퇴근을 하면서 불편을 겪고 있는 곳도 많았다. 

 

 

 

 

 

 

주식회사 한영의 한승호 상무가 국내 최대길이와 세계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이순신 대교의 상판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다른 업체 대표는 대불산단이 획기적으로 바뀌려면 결국 굴지의 대기업이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자동차 산업과 같은 큰 기업이 들어와야 주변에 부품업체가 들어오고, 부품업체가 들어와야 대불공단 주변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광주에 기아자동차가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아자동차가 대불산단쪽으로 온다면 여러 가지 좋은거 아닙니까. 광주는 교통문제 해결해서 좋고, 주거공간 확보해서 좋을 것이구요. 또 대불산단은 연관산업 발전해서 좋을 것이고, 무엇보다 기아자동차가 대불산단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면 항만이 가깝기 때문에 해외수출에 물류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대불산단에는 한때 현대자동차와 에어컨을 생산하는 만도기계가 입주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대불지사 사무실에 가면 산업단지 현황이란 지도가 있다. 우리나라 지도에 국가산업단지와 일반산업단지를 빨간 및 파랑 동그라미로 표기해 놓은 지도다.

이 지도를 언뜻보면 인공위성이 밤중에 한반도 지도를 찍어놓은 것이 금방 연상된다. 인공위성이 야간에 한반도를 찍은 사진에는 북한쪽은 불빛군집이 몇 군데 밖에 보이지 않지만 남한은 서울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과 부산 대구를 포함한 동남권은 그야말로 불야성이다. 광주광역시 주변도 그렇다.


산업단지지도를 보면 영락없이 그런 분위기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은 충북지역까지 산업단지로 꽉 들어 차있다. 동남권은 대구쪽에서부터 부산 창원, 마산까지 역시 붉고 파란표시가 빽빽한 상태다.

그러나 광주전남은 광주옆에 붉은 표시가 달랑 한 두개 붙어 있고, 전라도에는 여수와 영암에 한 두개가 붙어 있을 뿐이다. 일반산업단지도 수도권이나 동남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소규모클러스터를 만들어 입주업체들의 변화를 꾀하고 급변하는 미래시장에 대비해 보려는 노력들도 이같은 대불산단의 한계를 극복해 보려는 몸부림이다. 

자치단체도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는게 업체의 한결같은 의견이었다. 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는 지역의 자치단체들은 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려고 사력을 다하고 있으나 대불산단과 영암군과의 관계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는 것.

우선 대불산단의 위치가 목포권에 급접해 있으면서 근로자 대부분이 목포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고, 이 때문에 자치단체의 관심이 떨어져 있고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업체들의 영암 애착도 역시 약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체 대표는 “현재 영암군에서 적지 않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다른 지역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에 비하면 자치단체와 교류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대불산단입주업체들이 잘되면 영암군도 잘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자치단체가 기업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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