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단 억새풀 준비... 이엉올리는데만 3~4일
김갑문씨 매년 벼농사 끝나면 수작업

 

김갑문씨와 주민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호면 장천리 선사주거지에서 억세로 만든 이엉을 올리고 있다.

초가 지붕이 매년 새 옷을 갈아 입듯 청동기인들이 살았던 움막집도 매년 새옷을 갈아 입는다. 

지난 11일 오후 서호면 장천리 선사주거지 현장. 주변에 억새풀 묶음이 수북히 쌓여있고 5명의 주민들이 억새를 올리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작업의 총 지휘자는 장천마을 김갑문(71)씨다. 10여년 전 선사주거지가 처음 복원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엉얻기를 도맡아 하고 있다.

초가에 마람을 올리는 것과 움막집에 새옷을 입하는 방법은 많이 다르다. 초가는 볓집을 이용하지만, 움막집은 옛것을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 억새풀이 사용된다. 청동기시대때에는 볏집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씨는 농사일이 끝나는 10월 중순경부터 인근 야산에서 억새풀을 베어서 준비에 들어간다. 2개의 움막집에 올리는 억새풀이 200여단이 필요하다. 억새 준비에만 3~4일이 걸린다.

억새가 준비되면 억새올리기 작업을 시작한다. 초가와 달리 움막집은 높고,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이곳에 억새를 차곡차곡 올리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김씨는 “억새는 풀대가 뻣뻣하고 미끄럽기 때문에 일하기가 고약하다”며 “미끄러지면 큰 부상을 당할수 있기 때문에 안전에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억새가 올라가면 두꺼운 철사를 둘러서 고정시키고, 마무리 작업으로 칡넝쿨을 이용해 외장을 정리한다. 억새를 올리는 기간만 5일 정도가 소요되는 작업량이다.

억새로 둘러쌓인 움막집으로 들어가 보았다. 안쪽에는 두꺼운 나무가 이러저리 엇갈려 받치고 있어 바깥쪽 압력을 버티고 있었고, 내부는 바람 한 점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포근했다. 

장천리 선사주거지는 1985년 경지정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됐다. 당시 논 소유자가 김씨였다. 이곳에서는 주거지 12동이 발견되었는데 11동은 타원형주거집터이고 1개동은 장방형 공동창고로 추정돼 타원형과 장방형 각 1개동씩이 복원됐다. 

억새를 올리는 일은 김씨의 아들 경중씨도 함께 하고 있다. 억새를 고르는 일부터 칡넝쿨을 돌리는 일까지 아버지의 기술을 습득하고 있는 중이다.

김경중씨는 “옛 문화유적을 관리하는 것은 보통 인연이 아니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장천리 선사유적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도록 억새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영암지역에는 군에서 관리하는 3~4개의 초가집이 있다. 왕인박사 유적지와 같은 문화재 시설이 전부다. 이 곳들은 매년 관리인이 새 이엉을 올리고 있다. 김갑문씨가 움막집에 억새 올리기 전문가라면 볏집이엉 올리기는 학산면 용산리 유창수씨를 꼽는다. 이엉올리기 역시 맥이 거의 끊겨가고 있다.

유씨는 “볏집을 고르는 일에서부터 마람을 엮어 이엉을 올리는 것 까지 하고 있다”며 “몇년 있으면 이엉올리는 사람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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