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레저, 해양에너지, 조선, 조선부품등 4개 클러스터 활약중
‘대불산단을 레저보트 생산기지 메카로’ 포부 활활

 

대불산단내 (주)푸른중공업(대표 김봉철)이 자체개발한 수퍼급 딜럭스요트 카타말란62피트 크루즈요트가 지난 9월초 선을 보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대불산단 전봇대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2008년 취임 초기던 이명박 대통령이 개혁대상 대표사례로 꼽은 것인데, 대불산단에 전봇대 몇 개가 이전되지 않아 공장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였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봇대는 금방 이전되었고, 업체들의 불편도 없어졌다. 이것이 소위 ‘대불산단 전봇대 사건’이다.


요즘에 대불산단에 가면 배를 만드는 조립용 블록을 싣고 온 도로를 점유하며 움직이는 초대형 운송차량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운송차량이 다닐 수 있게 된 것은 도로를 막고 있던 전봇대를 제거해서 가능한 일이 됐다.

그러나 전봇대 사건은 대불산단에 아이러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앞서 설명했듯이 대불산단은 자동차, 화학, 기계업종을 유치하기 위해 조성된 국가산단이었다.

당시 전봇대들은 이들 업종에 맞춰 아주 적절하게 설계돼 세워졌던 것이다. 그러나 오라는 자동차 화학업종은 오지 않고 인근 현대삼호중공업의 조선 호황에 맞춰 조선블럭조립업체들이 집중적으로 들어오면서 전봇대를 옮겨야 하는 상황을 맞았던 것이다.


당시 사건으로 전봇대가 제거되고 교량하중이 보강되는등 대불산단은 기반시설이 많이 확충됐지만 당초 유치업종이었던 자동차나 화학, 기계업종 유치는 사실상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전환점이 됐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나 기계업종이 들어왔으면 사실 일정기준 이상의 다리강도는 필요없습니다. 전봇대 사건이후 대불산단의 기반시설이 많이 확충됐지만 결국 조선 블록조립 업체들의 집중에 큰 힘을 실어준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산단내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재의 대불산단 상황을 ‘하청기지화’로 표현했다. 부지조성과 기반시설 건설에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산업기지가 그만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조선대기업의 부품이나 조달하는 하청업체들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고부가가치 부품을 생산 공급하면 좋지요. 그런 경우 전문인력도 많이 고용하게 되고 그만큼 매출도 높아집니다. 그러나 대불산단은 단순 블록조립이 대부분입니다. 현대삼호에서 철판 주죠, 설계도 주죠, 그냥 조립만 하면 그만입니다”<A업체 관계자>

이러한 상태는 조선업이 호황일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조선업이 침체될 때 대불산단이 안게될 부담은 너무 크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영국의 해운 조선 시장조사기관인 클락슨 리서치가 전세계 조선건조능력을 조사해 지난해 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에 5천6백만CGT이던 조선건조량이 2011년에는 5천5십만CGT로 감소하고, 2012년에는 4천5백3십만CGT, 2013년 4천2백만CGT, 2014년 4천만CGT, 2015년 3천8백만CGT로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에 중국은 2010년 11월 기준으로 건조량에서 1천6백사십만CGT를 기록해 한국의 1천4백오십만CGT를 앞섰고 수주량 역시 1천400만CGT로 한국의 1천90만CGT를 추월했다. 여기에 수주잔량도 중국이 5천290CGT로 한국의 4천530만CGT를 넘어서는등 중국의 세계조선업계의 경쟁구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고 국제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불산단의 업종다각화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현재의 조선블럭 조립 의존에서 벗어나 기업의 안정적 성장과 지속적 발전이 가능토록 체질을 바꿔가야 한다는 것이다.

 

 

 

 

(주)그린오션라이프(대표 백영환)가 발주한 딩기요트가 국내 기술진에 의해 제작에 성공해 9월초 시연회를 가졌다.
대불산단의 업종다각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일이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주도의 클러스터 사업이다.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는 기업들과 특정영역의 연관기관등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사업이 바로 클러스터 사업이다.

대불산단에서 집중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클러스터분야는 조선과 조선부품, 해양레저, 해양에너지등이다. 

대불산단은 그동안 조선관련 부품을 생산해 오면서 꾸준한 노하우를 쌓아왔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업종다각화를 추진하는 형태다.

■ 해양레져 미니클러스터

 

 

 

 

대불산단 입주업체들은 최근 여러개의 클러스트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해양레저미니클러스터가 마련한 해양레저장비산업 육성전략 세미나가 개최되고 있다.
대불산단을 해양레저산업의 메카로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찬 포부가 담겨 있는 클러스터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양레저산업이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그동안 다양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대불산단업체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쏟자는 것이다.

레저형 보트 생산이 사업의 핵심이기도 하다. 현재 23개 기업이 회원사가 됐으며 목포대학교와 한국가자재연구원등 대학과 연구소가 지원체계를 가지고 있다.


해양레져 클러스터는 'CHARION'이라는 전남 요트공동브랜드를 개발했으며 요트공동브랜드로 개발한 요트디자인 4건을 특허등록하는등 각종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 해양레저보트의 공급규모는 2006년 기준으로 2천309만척에서 매년 100만척의 신규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해양에너지 미니클러스터

 

 

 

각 클러스터 회원들이 수시로 모여 토론과 연구를 함께하고 있다.
해상풍력에 필요한 자재와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대불산단은 거대 구조물을 제조할 수 있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산업구조를 해양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는 체계로 전환시켜 해상풍력 발전설비에 필요한 원료와 소재 생산은 물론 실제 풍력발전소까지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나가겠다는 것이다.

현재 회원으로 21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외 해양에너지 선진기업 및 조성단지를 방문해서 선진모델을 학습하고 각종 세미나등에 활발히 참석해 단계별 전략을 수립해 나갈 방침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대불지사 문경진 클러스터운영팀장은 “각 클러스터들이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기업들의 의욕이 많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들도 다양하기 때문에 대불산단을 변화 발전시키는 핵심 추진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조성태 한국산업단지공단 대불지사장  “대불산단 지금 변해야 생존... 자치단체도 관심을”

 

 

 

“대불산단은 변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큰 어려움이 닥칠 것입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대불지사 조성태지사장은 대불산단의 상황을 심각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꽉찬 공장에서 요란하게 들리는 기계소리를 들으며 ‘이제 대불산단이 잘되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정도의 주장이었다.

조지사장은 “대불산단은 입주기업 대부분이 조선블록등 대형 구조물을 임가공하는 중소협력업체로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성과 고용창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수조원의 국가예산을 투입한 산업단지의 연간 매출액이 2조원 밖에 되지 않은 것은 심각한 국가적 손해”라고 지적했다.

조지사장은 “중국조선업이 팽창해 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조선 건조능력이 축소되고 있는 현실에서 대부분의 대불산단 입주기업들은 향우 전망을 매우 불안하게 보고 있다”며 “중소기업 중심의 조선전문단지로 특화된 결과 조선대기업의 수주 실적에 절대적으로 영향받는 상황에서 대불단지 입주기업들이 느끼는 위기 의식은 매우 심각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지사장은 “대불산단의 체질을 개선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가 많은 역할을 해야겠지만 전남도와 영암군과 같은 자치단체가 누구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지사장은 “대불산단의 상당수 업체들은 그동안 조선블럭을 생산해 오면서 임가공형태의 운영을 해왔지만 한편으로 이같은 경험들이 앞으로 해양레저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입주업체들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업종다각화를 추진해 가면 반드시 성공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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