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영암 북쭉지역 주민들은 식수를 확보하는 게 큰일이었다. 주변에 큰 산이 없고 야산뿐 이여서 샘물이 있는 곳이 귀했다. 도포면 약천마을 역시 주변에 큰 산이 없는 곳이다. 그러나 이 마을의 샘물은 말라본 적이 없다. 지금 마을에는 네 가구가 살지만 한때는 100여 가구가 모여 살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샘물에 의지했다. 식수뿐 아니다. 가뭄이 들면 마을 주변의 논밭에 물을 공급해 주는 곳도 샘물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앉은뱅이가 이 마을의 샘물을 먹고 벌떡 일어나 걸어갔다고 해서 ‘약천(藥泉)이라는 마을이름이 붙게 됐다.

지금도 샘물은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다. 물론 수돗물이 들어온 이후부터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웬만한 샘터는 몇 년 사용하지 않으면 각종 쓰레기와 수초 등으로 뒤덮여 오염돼 있기 십상이지만 약천마을의 샘물은 비교적 깨끗했다. 지금도 샘물이 어디선가 솟고 있고, 다시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마을 주민 김순덕(72)씨는 “물이 하도 맑고 깨끗해서 이웃마을 주민들도 많이 길러가곤 했다”며 “샘 주변의 터가 넓어서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 빨래를 했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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