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평 초지 수년째 방치
서광목장터 해결책 없나

 

200만평 초지가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서광목장터에 대한 해결책이 요구되고 있다.

금정면 금오마을 고개에서 서광목장까지의 거리는 꼬불꼬불 비탈진 길이 2㎞에 달한다. 지난 19일 오후 중고자동차가 힘겨운 소음을 토해내며 한참을 올라가자 서광목장의 광활한 대지가 펼쳐졌다. 해발 480m 산꼭대기에 널린 목장이 자그마치660만㎡(약 200만평)에 달한다.
 
기자는 1983년 고등학교 재학시절 서광목장에서 하룻동안 실습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등성이에 사료작물용 옥수수가 바다처럼 자라고 있었다.

수십곳에 이르는 축사에서는 소울음소리가 요란했다. 목장을 가로지르는 사잇길에는 트랙터와 자동차들이 쉴새없이 움직였다. 산정상은 거대한 도시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날 찾아간 서광목장은 적막 뿐이었다. 바다같은 옥수수 밭은 온대간데가 없고 약간의 땅에서 농작물이 자라고 있을 뿐이었다. 소 울음소리가 요란하던 콘크리트 축사는 곳곳이 허물어져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었다. 서광목장은 빛을 잃은 땅이었다.
 
서광목장의 역사는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진로그룹이 대단위 목장승인을 받고 초지조성에 들어가 정확히 645㏊(193만5천평)에 달하는 '서광목장'을 만들었다.

서광목장이 한참 잘 나갈 때는 800여마리의 젓소가 사육됐다. 젓소들은 하루 5톤의 우유를 쏟아 냈다. 서광목장은 이곳의 젓소 사육규모를 1천500두까지 확대할 방침이었다. 서광목장은 여세를 몰아 1986년 5월 우유가공업에 뛰어들었다.

논산의 중소 우유회사를 인수해 '서광우유'를 시장에 내 놓은 것이다. 1995년 들어서는 목장안에 생수공장을 세울 계획도 세웠다. 진로그룹은 서광목장 일대를 서광레져파크로 만들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97년 IMF 바람은 서광목장을 비켜가지 않았다. 진로그룹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계열사인 서광목장도 휘청거렸다. 서광목장은 결국 다음해 경매물건으로 나왔다. 이것을 시종면 출신 김현재 SH건설 회장이 매입했다. 김회장은 서광목장 부지에 골프장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골프장 개발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자금유치가 여의치 않았고, 인허가 문제도 복잡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4~5년전부터 회사도 어려워졌다.

서광목장은 지난해 다시 매물로 나왔다. 가격은 340억원대.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서광목장 부지는 빼어난 경치덕분에 주몽, 로드넘버원, 근초고왕 등의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서광목장이 하루 빨리 개발되길 한결같이 바라고 있다. 지역의 큰 자산이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암읍의 한 주민은 "한때 영암에서 가장 잘나가던 땅이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며 "자치단체가 관심을 기울이고 활용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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