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작물 절반도 못 건질 듯 태풍 무이파 영향... 수확량 대폭 감소이어

녹두는 열매도 맺지 않고 콩은 꽃도 피지 않았다

"올 추석을 어떻게 쇠야할지 막막합니다"
 
지난 26일 군서면 해창리 인근 밭에서 만난 서모(79)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서 씨는 660㎡(200평) 규모의 밭에서 재배하던 깨가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알이 채 여물기도 전에 쓰러져 수확이 불가능하게 됐다.

서 씨는 "긴 장마도 무사히 잘 넘겼는데 수확을 얼마 남기지 않고 태풍피해를 입어 올해 깨 농사를 모두 망쳤다"며 "자식들에게 줄 깨는 시장에서 사다가 보내줘야 할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서 씨는 지난해 330㎡(100평) 가량에서 10되 가량의 참깨를 수확해 30만원 가량의 수입을 올렸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정도로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일시장에서도 물량이 줄어든 참깨가 1되에 4만원대에 거래되어 지난해보다 1만원 가량이 상승했다.
 
비슷한 시기에 수확을 하는 고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같은날 찾아간 군서면 동호리의 정모(70)씨는 오랜만에 나온 햇빛에 수확한 고추를 말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정 씨는 "비가 계속 내리는 바람에 탄저병 등 병해충에 고추가 썩어버려서 수확할 것이 많지 않다"며 "지난해에 비하면 수확량이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씨는 "고추 옆에 심어둔 녹두의 경우는 작년 이맘때쯤에는 수확을 했는데 올해는 열매도 맺지 않아 전부 갈아버려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를 반영하듯 25일 5일시장에서 거래된 고추가격은 1근(600g)에 평균 1만6천원대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8천원에 비해 무려 2배가 폭등한 값이다.
 
131기상콜센터에 따르면 2011년 8월의 일조시간은 54.5시간으로 지난해 65.7시간보다 10시간 이상이 줄었고 비가 내린날은 총 19일로 지난해보다 4일가량이 많았다.

이처럼 농민들은 대부분의 농작물들이 일조량 부족과 태풍피해 등으로 출하량 감소뿐만 아니라 품질까지 떨어져 제 값을 받지 못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조시간 부족은 추석때 빼놓을 수 없는 과일인 사과와 배의 경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북면 금수리에서 2만6천400㎡(8천평) 과수원에서 배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58)씨의 경우는 이번 태풍피해로 30%가량의 배가 낙과했다.

김 씨에 따르면 낙과피해 뿐만아니라 일조시간부족으로 추석전에 출하할 수 있는 물량이 4톤 정도로 지난해 7톤가량에 비해 절반정도로 줄어드는 바람에 수입도 지난해보다 절반정도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 씨는 "올 추석이 예년보다 10여일 정도 빠른 것도 있지만 태풍과 비가 내린 날이 많아서 배가 재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며 "올 추석은 그 어느 해보다 힘든 추석이 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금정면 용흥리에서 9천900㎡(3천평)정도의 농장에서 14년째 대봉감 농사를 짓고 있는 임모(43)씨의 경우는 태풍과 비피해로 40~45% 정도의 낙과 피해를 입었다.

임 씨에 따르면 낙과피해 뿐만아니라 잎사귀가 많이 떨어지는 바람에 현재 매달려 있는 감도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말라버리는 2차피해가 더 심각하다.
 
임 씨는 지난해에는 2천500만~3천만원 가량의 판매고를 올렸지만 올해는 1천만~1천500만원 정도로 수익금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임 씨는 "작년에도 냉해피해로 감농사가 풍작은 아니었지만 올해는 태풍과 비 피해로 지난해 절반수준도 안되는 것 같다"며 "군차원에서 피해보상이 아니면 올 추석은 물론 연말을 보내기도 힘든 지경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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