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만형 ·군서면 출생 ·전남대학교 법과대학-조선대학교 대학원 졸업(법학박사) ·전라남도 지방공무원교육원 초빙교수 ·광주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전라남도 공무원소청심사위원장 ·광주지방검찰청 형사조정위원 ·광주광역시·전라남도·광주고등검찰청 행정심판위원 ·대한민국국회 입법지원위원 ·동신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학과장-인재육성관장
언제부터서 우리사회는 웃어른의 목소리가 줄어들고, 정실주의가 아닌 합리주의, 전통문화 보다는 서구문화가 주도하기 시작하였다. 최근 한류바람이 유럽에 착륙했다는 소식도 전해지지만 아직은 미미할 뿐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정치적·사회적 사건은 물론 끊임없는 분쟁을 겪게 된다. 그때에 예전에는 제일 먼저 주변의 어른들이 나서서 중재·화해시켜서 분쟁을 해결한다. 당사자도 사법기관도 이러한 방식에 만족스러워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어떠한가. 왠만한 사건만 되면 법적분쟁으로 점화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성폭력 용의자인 하비 테일러가 경찰을 고소했는데, 그 이유는 경찰이 자신을 빨리 체포하지 않아서 도망 다니다 눈밭에 갇혀 사흘 밤낮을 보내게 되었는데 결국 동상에 걸려서 발가락 두 개를 절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소송이 남발되고 있는 것이 단지 미국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소송만능' '법대로 하자'는 분위기는 우리나라에서도 확산되어가는 추세다.   

몇 년전 대구에서는 어묵가게 주인이 같은 상가에 입주한 떡볶이 가게 주인이 떡볶이에 어묵을 넣어 팔자 이에 대해 어묵 판매금지 소송을 내었다고 한다. 동일한 메뉴의 점포가 입주해서는 안된다는 상가 분양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에서는 "떡볶이와 함께 조리한 어묵은 떡볶이로 보아야 하고 어묵에 떡볶이 국물을 넣으면 어묵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최근 아이폰 소송 등에서 보여주는 소송참여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과거에는 사회관습, 도덕률 등 전통규범에 의해서 적정한 해결점을 찾아냈던 문제들을 우선적으로 법을 통하여 해결하려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개개인들의 법의식 고양, 사회적 약자들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적 뒷받침,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 수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법률시장 활성화 및 과다경쟁 등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보통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 소송 등이 모든 갈등의 해결책이 될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소송의 결과에 따라서 인간적·사회적 신뢰는 더욱더 해체되어 당사자간의 인간관계 복원과 사회적 통합은 어렵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 실례로써 소송결과의 승패에 따라서 당사자는 평생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현실적으로 소송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전문직 종사자들의 역량발휘가 어려워져서 응급실 의사의 경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방어적 진료에 급급하게 된다.
 
미국 전역에 소재한 놀이시설에 설치된 시설물들이 소송위험 때문에 모두 철거 되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소송을 야기했다. 놀이터 대신 집안에서 놀게된 아이들이 살이 찌게 되자 부모들이 이번에는 맥도날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렇게 소송은 결과에 따라서 당사자는 물론 사회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소송은 우리사회의 갈등을 조정하는 최선의 방법일 수 없다. 법이 전면에 등장해서 설쳐대는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라 할 수 없다. 법의 역할은 범죄예방, 기본적 질서유지 및 인권보호 등을 위한 최소·최후의 수단에 그쳐야 한다.

따라서 오랜 기간 형성되고 변화되어 우리 사회정서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갈등극복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관행, 도덕, 윤리, 예의, 이웃 간의 나눔의 정서, 자율성, 책임, 공존의식은 물론이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전통의례, 민속놀이, 두레 등에서 진수가 발견되는 공동체규범 등 우리 전통사회규범의 복원이 시급하게 요구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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