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로 일감 크게 줄어... 보름 동안 20만원 소득 전부 생계 막막

건설경기침체와 잦은 비까지 내리는 날씨로 일거리가 없어진 일용직 근로자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9시 농협중앙회 영암군지부 앞.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일용직 근로자 김모(57)씨는 허탈한 모습으로 벤치에 앉아 있었다.
 
평소 같으면 인력소를 통해 인근 건설 현장이나 대불 공단 현장에서 일할 시간이었지만 이날은 새벽 5시부터 나가 일감을 기다려도 계속되는 비로 일감을 구하지 못했다.
 
김 씨는 이달 들어 보름 동안 일터로 나간 날은 불과 3일. 나머지는 장마로 인해 일감을 구하지 못하고 쉬어야만 했다.
 
영산강 하구언 공사를 위해 경기도 수원에서 내려온 원 모(32)씨 또한 마찬가지. 원 씨의 경우 7월 들어 현장에 투입된 날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특히 원 씨는 인근 모텔에서 한 달 계약으로 40여만 원을 선불했으나 보름 동안 수입은 20여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씨는 "일용직으로 13년을 버텼지만 올해 같이 일자리가 없는 날은 처음이다"며 "지난 한 달 동안 일 나간 게 3일 뿐 이어서 주말에도 계속 나와 보고 있지만 역시나 허탕이다"고 씁쓸해 했다.
 
장마로 인한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일용직 근로자 뿐 만이 아니다. 지역에서 파지 줍고 근근히 생활하는 주민들에게도 오락가락한 날씨는 눈엣가시이다. 장마로 파지가 크게 줄고 비에 젖어 팔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받아주는 곳 또한 없기 때문이다.

특히 파지를 줍는 대부분의 영세민들이 생활보호대상자이거나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 독거노인인 탓에 장마로 생계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장마 후 계속될 무더위도 넘어야 할 산이다. 무더위가 찾아오면 안전차원에서 웬만한 공사장은 쉬어버리기 때문. 특히 올해의 경우 30도를 웃도는 폭염과 함께 태풍도 잦을 것으로 보여 일용직 근로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용직 노동자 한 모(47·삼호읍)씨는 "앞으로 일기예보를 보면 태풍, 집중 호우, 무더위 등 공사장 쉴 날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겨울이 걱정"이라며 "가족들에게 일이 없어 쉰다는 말도 못하고 미칠 노릇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인력사무소 또한 마찬가지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은 늘고 있는데 반해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해 일감을 찾는 사람들마저 급감해버렸다.
 
수수료를 통해 운영되는 인력소개소의 특성상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매출에서도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날씨가 궂은 날에는 절반이 넘는 일꾼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하루에 5명도 못 채우고 있는데 앞으로도 날씨가 좋아질 기미가 없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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