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봉 아래 유서깊은 천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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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月出山). 한자대로 뜻을 풀이하면 달이 뜨는 산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의미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 예전 사람들에게 달은 신앙의 존재였다. 어머니들이 이른 새벽 맑은 우물물을 길러 소원을 빌던 대상이 달이었다. 이런 달을 산 이름으로 붙인 것은 그만큼 지역주민들에게 월출산은 단순한 산이 아닌 신앙의 대상이고 영험한 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에 각종 기암괴석이 달빛에 비치는 모습들은 한 폭의 산수화처럼 장관을 이루면서 남도의 보물산 이라고 표현해도 아깝지 않은 곳이 월출산이다.

무등산의 줄기를 이어받은 월출산은 영암군과 강진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최남단의 국립공원이 위치한 월출산은 천년이상의 역사와 국보급 문화재가 산재한 도갑사와 무위사를 품고 있는 곳이다.

문화재만이 아니다. 월출산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때묻지 않은 자연생태계가 사람과 생존하는 공간이다. 700여종의 각종 식물들과 800여종의 동물들이 사람과 같이 호흡하면서 살아간다. 독특하게 생성된 암석지형이지만 서로의 공간을 이해하면서 자연의 순리대로 순응하면서 삶의 자리를 꾸려가는 곳이기도 하다.

산행을 즐기는 동호인들은 수없이 월출산의 절경을 즐기지만 초보자들에게는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 곳이 월출산이다. 초보자들은 흔히 월출산을 악산(惡山)이라고 표현을 한다. 깎아질듯 험한 산세를 쫓아 제 아무리 올라가도 아름다운 월출산의 절경을 보여주지 않는다. 초보자들이 가다 쉬다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정상에 올라서야만 비로써 그 웅장하고 기암괴석으로 조각한 월출산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명산이기 때문이다.

월출산을 찾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천황사로 들어가는 천황사지구, 무위사가 인근에 위치한 강진군 경포대로 올라가는 경포대지구, 쳔년고찰 도갑사로 통하는 도갑사지구로 분류할 수 있다. 관광객이나 일반 주민들이 가장 자주 찾는다는 천황사지구를 통해 영산 월출산에 살포시 발을 떼어본다. 천황사 지구를 통해 월출산을 찾게 되면 먼저 대형 바위가 인사를한다.

3m 정도 크기의 대형 바위가 등산로 입구도로 옆에 위치해 관광객을 반긴다. 이 바위의 이름은 거북바위다. 모양새만 봐도 쉽게 알수 있는 거북바위는 머리를 월출산방향으로 향하고 마치 관광객을 안내하는 것처럼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월출산을 걷다보면 거북바위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된다. 험난한 월출산을 쉽게 여기지 말고 쉬엄 쉬엄 자연을 즐기면서 천천히 가라는 자연의 섭리를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천황사 지구라 명명된 것은 구름다리방향으로 발길을 돌리면 알게 된다. 그 곳에는 월출산을 대표하는 사찰중의 하나인 천황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이 찾아올 정도로 대형 사찰이었던 천황사는 예전 사자사(獅子寺)라 불리었다. 천황사 뒤로 보이는 사자봉과 연관된 명칭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시대 이름을 알렸던 천황사는 정유재란(1597)때 화재로 사세가 위축돼 다시 1953년 최성암 주지가 이를 다시 완공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지난 2001년 다시 화재로 소실되는 아픔을 가진 사찰이다. 현재 불사가 새롭게 진행되고 있는 천황사는 월출산을 찾는 관광객들에 작은 쉼터를 만들어주고 있다. 쉬어가는 사이 사찰의 기와사이로 보이는 사자봉의 모습은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검은색 기와와 밝은 갈색빛을 띄는 사자봉의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회색빛 월출산을 만들어낸다. 마치 천황사의 슬픈 과거가 이어지는 듯 한없이 을씨년스러워진다.

휴식도 잠깐, 월출산은 가파른 오르막길을 내놓는다. 오르막길에도 월출산은 둥그런 바위들을 곳곳에 뿌려놓고 관광객을 향해 손짓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계속> 글 사진=김 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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