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최근 지역화합을 깨는 일이 종종 벌어져 뜻있는 지역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확히 5·31지방선거 이후 벌어지고 있는 각종 행태는 선거직후 영암읍민 사이에 회자됐던 ‘기대반 우려반’이 좀더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 키우고 있는 것 같다. 일부에선 선거 후유증이 가시화되면서 탄식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영암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영암군체육회 임원진 선임을 둘러싼 갈등을 보더라도 우리지역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낸 한 단면이다. 체육회 정관개정을 통해 일방적으로 물러나게 된 한 실무자의 불만 섞인 글이 도화선이 됐지만,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악습이 우리고장의 발전을 좀 먹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 한번 되돌아보자. 영암군체육회가 어떤 곳인가. 지역민들의 체력향상과 체육인구 저변확대, 그리고 체육을 통한 지역민들의 단합이 체육회의 궁극적인 존립근거가 아닌가 생각된다. 각종 체육행사를 통한 지역화합과 단합이 중요한 포인트라는 사실이다.

그런 만큼 누가 보더라도 지역의 덕망 있는 인사가 체육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사실에 모두가 공감을 표하고 있다. 부연하자면, 당연직인 군수를 대신해 상임부회장이 영암 체육계를 이끌어 가야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진 만큼 도덕성과 순수성이 요구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사회봉사자로서 부(富)를 적당히 나눌 줄 아는 인사는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알다시피 재정자립도가 12~13%에 불과한 열악한 영암군의 재정형편에도 불구하고 도민체육대회와 생활체육에 필요한 각종 예산이 연간 2억 가까이 지원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재산이 있고 청렴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공통된 견해였다.

다시 말해 영암군체육회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상임부회장과 사무국장 자리는 ‘감투’가 아닌 순수 자원봉사자의 입장에서 군민들에게 헌신·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5·31지방선거 직전에 교체됐던 상임부회장과 사무국장이 또다시 선거가 끝나자 갈아 치워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던 것이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벌어진 이 같은 웃지 못할 사태는 결국 순수성을 잃어버린 정치적 이해 집단간의 ‘쟁탈전’이 빚어진 비극으로 귀결된다.

더구나 그동안 누적된 잡음과 의혹의 시선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집중 제기된 것도 영암군체육회의 위상이 어떠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민들의 관심도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기록적이었던 것도 결코 의혹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증일 게다.

비록 영암군체육회가 최근 여론의 도마위에 올라섰지만, 지난 선거로 인한 여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지금도 은밀하고 치밀하게 전개되는 사안들이 입소문을 타고 ‘천리 길 서울’까지 오르락 거린다.

불행한 일이다. 전례를 답습할 수밖에 없는 처지나 양지를 쫓다가 칼자루를 피해 다녀야 하는 부류들을 보면서 지역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 이토록 지역민심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는가. 중국 역사서 ‘십팔사략(十八史略)’은 간신 이임보를 “입에는 꿀이 있고, 배에는 칼이 있다”고 평했다.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연유다. 우리지역에 ‘구밀복검’을 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지역의 앞날은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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