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얼마 전, 영암군이 고향출신의 중앙부처 공직자와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지역현안사업에 함께 참여해달라는 취지에서다. 이날 김일태 군수를 비롯한 각 실과소장 20여명이 참석하고 서울에선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사무관급 이상 공무원 70여명이 동석했다고 한다. 서울향우회에서 행사비용 일체를 낸 이날의 만남은 김일태 군수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그동안 전례가 없었던 이들의 만남은 매우 뜻 깊고 바람직한 일로 여겨진다. 해결해야 할 현안사업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해 보고자 하는 군수의 결연한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사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지 올해로 ()년째를 맞고 있지만, 절름발이 지방자치제에 다름 아니다. 도시지역은 재정자립도가 비교적 높아 그런대로 지방자치제의 묘를 살려가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농어촌지역은 지방자치제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볼 때 영암군의 재정자립도는 겨우 ()%에 머물렀다. 나머지는 국고지원에 의한 재정이라는 얘기다. 물론 국고지원이 많을수록 재정자립도는 낮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안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체 재원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때문에 국고지원을 누가 많이 타 내느냐가 지역발전의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정보가 어두워서도 안되겠지만 좋은 인맥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무능한 단체장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체장들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 보다는 서울의 중앙부처를 들락거리며 예산확보에 주력하는 ‘세일즈맨’이 돼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단체장이 모두 떠맡아 할 순 없다. 전 공직자가 나서서 세일즈맨이 될 때 군민들의 삶의 질은 한결 나아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김군수가 제안한 향우들과의 정책간담회는 매우 적절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암군의 역점시책을 설명하고 향우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일이야말로 애향심 유발은 물론 지역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 같은 만남을 내년부터 고향과 서울에서 번갈아 가며 정례화하고 본청의 각 실과소장들에게도 예산확보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읍·면장으로 내려 보낼 방침까지 세워놓고 있다는 것이다. 군민들을 위해 열심히 뛰는 공직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군수의 의중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만남이 전시성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진실로 지역발전을 위하고 군민들의 삶이 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영암군의 공직자는 물론이고 향우 공직자들도 힘써야 할 것이다. 군수가 아무리 변화를 주문하고 직접 발로 뛰며 노력해도 공무원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결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

함께 노력하고 고민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팍팍 내줄 때 군수의 입장에선 더 이상 고마울 데가 없을 것이다. 또 그런 인물들이 우대받아야 함은 당연하다. 지역민에게 선심성으로 얻는 인기 보다는 정책으로 승부를 거는 군수가 장수할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 공무원들이 처신해야 할 자세는 자명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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