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 본사 대표이사․발행인
그동안 지지부진한 분양률을 보이면서 여전히 낙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삼호지역 대불산업단지가 최근 분양을 마쳤다는 소식이다. 대불산단이 조성에 들어간 이후 실로 17년만의 일이다. 1989년 11월 첫 삽을 뜨던 날, 노태우 대통령의 박수와 서해안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폭죽은 당시 우리 지역민들에게 기대를 한껏 안겨줬다. 한때는 산업화·개발화에 대한 뜨거운 기대와 무지개 빛 환상에 부풀어 80년대 중반 삼호면을 중심으로 땅 투기가 수년간 이뤄진 ‘선망의 땅’으로 인식된 적도 있었다. 거창한 청사진은 전남 서남권 경제를 견인할 주역으로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대대손손 가난의 대물림에 지쳐있던 우리 지역민들도 쌍수(雙手)를 들어 환영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불산단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당초 석유, 화학, 자동차, 철강산업단지 조성을 전제로 기반시설이 이뤄졌던 대불산단은 전체 입주업체 250개 가운데 조선산업 관련 업체가 166개로 66%를 차지하고 있다. 업종면에서 볼 때 당초의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조선산업 관련 업체가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것은 최근 수년간 세계적으로 조선산업의 활황에 힘입은 바 크기 때문이다. 결국 십수년간 분양이 지지부진했던 대불산단이 비로소 분양에 마침표를 찍게 된 것은 조선산업의 기여가 절대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과제다. 내실 있는 기업이 들어서고 고용창출이 보다 많이 이뤄지게 하는 것은 황금어장을 내준 지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입주기업 상당수는 우리의 기대치와는 전혀 상반된 고용구조를 갖고 엉뚱한 피해를 양산하고 있어 큰 우려를 갖게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현대삼호중공업을 모태로 하청업체가 대다수인 조선산업 관련 업체들은 1차 도급으로 끝난 게 아니라 2차 도급으로 이어지면서 많은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2차 도급업자의 경우 일감 확보를 위해 싼값에 공사물량을 수주할 수밖에 없는데, 혹시라도 하자가 발생하면 공사가는 또다시 내려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것. 결국 손해를 본 업체는 부도위기에 몰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추석 때도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이 농성을 벌여 감독관청이 사태해결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전술했듯이 석유, 화학, 자동차, 철강산업단지 조성을 전제로 기반시설이 이뤄졌던 대불산단은 조선산업이 주를 이루면서 대형선박 블록운송 등에 민원이 폭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미줄처럼 설치된 전선과 통신선로로 완제품 운송에 큰 지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저런 이유로 도로가 누더기처럼 되어 사고위험이 크지만 ‘산업단지내 도로’라는 이유로 국비지원이 막히면서 전체 덧씌우기 공사를 하지 못한 채 ‘땜질공사’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대불산단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도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분양 마무리’ 소식은 반가움 보다 속된 말로 ‘껄적지근’한 면이 없지 않다.

물론 영암군은 최근 전남도 행정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불산단 민원해결 사례를 통해 본 ‘대불산단 입주여건 개선’이라는 주제로 최우수상을 받았지만, 지방자치단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일차적으로 당초 계획한 석유·화학·자동차 등 생산성이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많은 업종들이 들어서 지역주민들의 기대에도 부응해야겠지만, 그도 어렵다면 최적의 기업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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