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 ·본사 대표이사·발행인
또 한해가 저물고 있다. 누군가 “세월은 나는 화살과 같다”라고 했는데, 정말 실감이 난다. 새해를 맞은 지가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아쉬움이 많다. 뭔가 시작하려 하자 벌써 한해의 끝자락에서 허우적대는 꼴이라니…

어쨌든 세월은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쏜살같이 달려가므로 스스로 활용하지 않으면 그만큼 손해다.

우리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의 대부분을 자신의 직접 체험보다 미디어(언론매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획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획득한 정보를 기초로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을까 에서부터 어떤 영화를 볼까 하는 사사로운 일상생활에 까지 필요한 각종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만약 미디어가 진실하지 않다면 이로 인한 국가·사회적 폐해는 실로 가공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

언론이 민주사회에서 막중한 기능을 수행하고 큰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언론은 진실 할 것’이라는 공중의 신뢰와 기대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에 봉사하는 것에 존재의의를 두고 있는데 만약 언론이 거짓으로 가득 차 있다면 국민의 알 권리에 역행하게 되므로 바로 그 순간, 언론은 제 명을 다하게 된다. 따라서 언론에 있어서 진실이라는 것은 저널리즘 바로 그 자체다.

진실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도덕적·법률적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받는 도덕적 가르침이 정직하고 거짓말하지 말라는 것일 것이다. 아마 모든 학교와 가정의 교훈과 가훈에 정직이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을지 모른다.

법의 세계도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형법도 같은 행위를 두고 내용이 진실하면 아무 죄가 되지 않으나 허위이면 범죄로 취급하는 경우가 하나 둘이 아니다. 허위일 때 형벌이 가중되는 경우도 있다. 허위로 인한 명예훼손이 그 예다.

그런가 하면 명예훼손이라 하더라도 일단 그 내용이 진실하면 책임을 면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사기와 각종 위조·변조 등 속임수가 범죄의 주요 수단이 된 경우까지 합하면 거의 대부분의 범죄가 속임수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위증 하나만 보더라도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범죄의 하나다. 이를 중벌로 다스린 것은 이미 함무라비 법전 이래의 일이다. 십계명의 여덟 번째 계명에도 위증을 금하는 문구는 나와 있다.

프랑스의 명문지 ‘르 몽드’의 창간을 주도했고 초대 편집장이기도 했던 위베르 뵈브-메리는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바보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고 했다. 즉 진실이 언론의 본질임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해를 보내면서 언론의 본질을 생각해 본다. 무턱대고 달려가는 세월이 아니었기를 바라면서다. 지역민들의 이 같은 언론 메카니즘의 몰이해가 때론 의욕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위축돼선 더욱 안된다는 다짐도 해본다.

아홉 번 잘 해주고도 단 한번 때문에 원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길은 아무나 갈 수 없는 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길을 걷지 않으면 몰라도 걸으면서 모로 갈순 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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